[기획] 세계적 이상 기후에 ‘먹거리 물가’ 출렁

카카오‧커피‧올리브 가격 고공행진 장기화 “가격 올리거나 원재료 함량 줄일 수밖에”

2024-05-09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최근 엘니뇨 등 기상 이변과 병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식품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는 국내 농산물을 비롯한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 위축과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9일 ICE 선물거래소 기준 농산물 시세에 따르면 코코아는 1t에 8634달러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달 19일(1만2218달러) 보다는 29.3% 하락했지만, 수십 년간 t당 2000달러 내외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4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는 엘니뇨 등 기상 이변과 카카오 병해로 전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국가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코코아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발생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작물 작황 악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등극했다.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들어가는 비교적 값싼 로부스타 원두는 지난달 역대 사상 최고가인 4304달러를 기록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서 거래된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t당 3541달러로 최고가에 비해서는 떨어졌지만, 지난해 연평균 가격(2592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70% 이상 높은 금액이다. 카페 프랜차이즈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아라비카 원두도 국제 선물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다 지난달 t당 무려 546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3801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0%이상 급등했다. 이달에는 4303달러로 안정화 됐지만, 업계에서는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브라질, 콜롬비아 등지가 이상 기후에 따른 극심한 가뭄으로 원두 수확량이 급감해 가격 상승이 장기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유는 세계 올리브유 절반을 생각하는 스페인의 가뭄으로 1년 새 가격이 배 이상 올랐다. 연간 140만t의 올리브유를 생산하는 스페인은 2년 연속 가뭄에 시달리면서 작황이 반토막 났다. 스페인 외에도 주요 올리브 생산국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또한 날씨 영향을 받아 작황이 나쁜 상황이다. 국내 농산물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40여년간 국산 감자 생산량의 80%를 차지해 온 수미감자는 매년 높아지는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 생산량이 58%로 줄었다. 오히려 강원대에서 개발한 통일감자 등 고온에 강한 신품종 감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사과는 전년 대비 올해 가격이 90%이상 오르면서 ‘금사과’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각에서는 50년 후에는 한반도에서 사과 재배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이에 대구에서는 고온에 잘 견디는 골든볼 등 새로운 품종의 사과 재배를 연구하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한 원재료 가격 인상은 우리 먹거리 물가와도 직결돼 기후플레이션으로 불린다. 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원재료를 구매해 식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원재료 함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코코아 가격이 폭등의 영향으로 코코아를 원료로 한 초콜릿류 건빙과 17종을 평균 12%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인상 시기를 5월에서 6월으로 미뤘지만, 4배 이상 뛴 가격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치킨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올리브유만으로 튀김유를 쓰다 지난해 원재료 비용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 저렴한 해바라기유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가공비 등 제반비용이 모두 오른 상황에서 주원료 가격이 급등하면 가격을 인상하거나 비율을 줄이는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기후플레이션 시대에 각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면서 제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