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허무한 현금수송차 절도 수법
허술한 보안 탓 피의자 충동적 범행 벌인 듯
2014-03-11 민성아 기자
11일 부산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전 3시28분께 피의자 설모(25)씨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요금소 인근에서 잠복해있다가 2억1900만원이 든 현금 수송차량을 몰고 달아났을 때 차량을 지키는 직원은 없었다.
안전한 수송을 위해서는 직원 2명이 통행료를 수거하는 사이 1명이 차량을 지킬 수 있도록 반드시 3인 1조로 근무해야 한다는 수칙이 있지만 회사 측은 지난달 직원 몇몇이 퇴사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원을 한 명 줄인 2인 1조로 운영하는 등 관리의 허점을 보였다.
현금수송차량의 차량열쇠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에서 6개월간 일한 설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말 퇴사하면서 예비열쇠를 가지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업체는 별도의 예비열쇠는 없다고 반박해 경찰은 설씨가 근무 당시 차량열쇠를 복제해 소지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금수송을 맡은 직원들이 차량을 비워두면서 열쇠를 꽂아둔 채 문을 잠근 것도 문제다. 비록 이번 범행 과정에서는 설씨가 미리 열쇠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열쇠를 차량에 꽂아둔 것이 피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할지라도 얼마나 보안이 허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현금수송차량의 금고 관리도 허술했다. 현금수송차량은 운전석을 제외한 뒷부분을 강철로 된 금고로 개조, 어지간한 외부 충격으로는 파손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고를 열려면 운전석 쪽이나 트렁크 쪽의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데 설씨 범행 당시 운전석 쪽 잠금장치는 3분의 2가량 열려 있었다. 일단 차량 문을 열기만 하면 쉽게 금고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수개월째 바꾸지 않고 같은 번호를 쓴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안을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꿔줘야 하지만 대행업체는 이를 방치해 범행에 취약한 상황이었다. 현금수송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는 허술함도 노출됐다. 이 회사소속 현금수송차량 28대 가운데 7대에 블랙박스가 없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금정경찰서는 사건 발생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11일 0시 15분께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모텔에서 설씨를 붙잡았다. 훔친 돈은 50여만원을 제외하고는 범행에 사용된 승합차에 고스란히 보관되어있었다.
설씨는 과거 근무 경험을 살려 CCTV를 피해 다니며 완전 범죄를 시도했지만 부산 외곽도로에 설치된 차량 판독시스템과 골목길의 방범용 CCTV에 차량과 모습이 차례로 찍히면서 꼬리를 잡혔고 경찰은 휴대전화 발신지 등을 추적해 모텔에 숨어 있는 설씨를 붙잡았다.
설씨는 범행동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 그냥…”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경찰 조사에서는 “범행을 계획한 지 며칠 안 됐다. 이 돈으로 여행이나 하려고 생각했다”며 충동적 범행임을 주장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