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간첩 조작, 영화보다 무서워”

국정원 규탄·남재준 원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

2014-03-11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대한 증거조작 논란과 관련해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증거조작 주체로 지목되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대학생들은 “이번 증가조작 의혹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며 “피의자의 여동생을 6개월간 압력과 회유로 ‘오빠가 간첩이 맞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재판장에서 극적으로 진술이 번복된 점, 무죄선고 이후 피의자가 중국과 북한을 드나들었다는 출입기록이 핵심증거자료였으나, 날조된 가짜 확인서임이 중국 당국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출입경 증거위조 의혹에 연루돼 조사를 받던 조선족 동포는 자살을 시도하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게 됐다”며 “사건현장의 벽에는 피로 쓰여진 ‘국정원’이라는 단어가 발견되었지만, 매우 이례적으로 사건현장 발견 4시간 만에 깨끗하게 청소됐다. 수고비와 가짜서류제작비 등 2천 여 만원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으라는 그의 유서는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했다”고 비판했다.이날 신하섭 한양대 부총학생회장은 “영화보다 무서운 현실을 믿고 싶지 않다”며 “피고인 출입경 기록이 위조됐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국정원과 검찰, 외교부는 증거를 조작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신하섭 부총회장은 “국정원이 국가공문서까지 위조하는 지금의 행태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온갖 증거조작, 증인매수, 회유·압박을 통해서라도 간첩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곽호준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은 “이 사건은 단순히 몇몇의 사람들이 같은 내용의 댓글을 단 것을 넘어선 민주주의의 가치와 국민들을 기만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곽호준 회장은 “대선개입사건에 이은 이번 증거조작 사건은 국정원이 언제든지 예전에 중앙정보부, 안기부로 회기할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제대로 된 수사와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인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이랑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의혹을 제기하는) 학생들과 시민 모두를 빨갱이로 몰아가면서 이 사건을 축소하려고 하는 국정원을 이해할 수 없다”며 3.15 부정선거가 일어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나라에서는 비슷한 일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멈춰버린 역사의 수레바퀴를 우리의 힘으로 다시 앞으로 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