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공세 ‘대혼돈’… 출혈경쟁 장기화 불가피
쿠팡, 첫 연간 흑자 달성 후 1Q 수익성 경고등 다시 커져 C커머스, 한국 사세 확장 가팔라…가품 등 보완점 존재해
2024-05-12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업체의 선두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계획된 적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유통업계 공룡으로 거듭난 쿠팡마저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대대적인 공세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초저가 전략과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C커머스의 공습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쟁사들도 기초 체력을 끌어올리며 반등을 노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0% 늘어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를 달성했다.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이 로켓배송을 앞세워 전통 유통강자들을 제치고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30조원을 돌파한 기업이 된 것이다. 창사 14년만에 첫 연간 흑자 전환과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다는 기쁨도 잠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 4000만달러(약 531억원·분기 평균 환율 1328.45원 기준)로 전년 동기 보다 61%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2022년 3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 달성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71억1400만달러(9조4505억원)로 28% 신장하며 분기 최대치를 찍었다. 쿠팡의 영업이익 악화 배경에는 파페치 인수에 따른 지출 증가, 한국시장 내 C커머스의 성장세 등이 주효했다. 특히,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로 불리는 C커머스는 박리다매식 초저가 전략을 무기로 국내 유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 고물가, 고금리 등 국내 불안정한 경기 상황까지 맞물려 완만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인지도 제고에 성공한 C커머스가 올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은 향후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5200억원)를 한국 시장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여성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원대 지분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쿠팡도 투자 강화를 통해 응수하는 모습이다. 올해 22조원 쏟아부어 국산 제품 판매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와우 멤버십 혜택 개선을 위한 투자도 올해 5조5000억원을 단행할 예정이다. 오는 2026년까지 물류 인프라 확충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다만, 대규모 투자, 물량 경쟁 등 이른바 쩐의 전쟁이 장기화되면 쿠팡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C커머스는 한국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자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500조에 이르는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70조원과 2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테무의 모회사 중국 핀둬둬(PDD)홀딩스의 시가총액도 200조를 상회하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46조원, 11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C커머스가 가품, 개인정보 유출, 유해물질 검출 등 각종 문제를 낳으면서 이를 해결하고 뒷심을 지속 발휘할지 관건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알리익스프레스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465건으로 전년(93건) 보다 5배 늘어났다. 최근 C커머스 한국 이용자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 한국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887만여명에서 지난달 858만여명으로 3.2% 줄었다. 동기간 테무 이용자도 829만여명에서 823만여명 0.7% 축소했다. 또한, 거래성과가 여전히 왜소한 수준으로 성장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알리 결제 추정 금액은 819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3101억원) 대비 164% 늘었다. 테무는 911억원으로 1000억원을 하회했다. 반면, 동기간 쿠팡의 결제 추정 금액은 12조7034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G마켓·옥션(3조5548억원), 11번가(2조631억원)과 티몬(1조8435억원)이 2·3·4위를 기록했다. 컬리, 11번가, SSG닷컴 등 경쟁사들도 실적을 지속 개선하고 있어 본격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온오프라인 주요 25개 유통업체 매출은 온라인 15.7%, 오프라인 6% 증가해 전년 동기 대비 10.9% 올랐다. 특히, 주요 업체 온라인 매출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래 7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게 보면 쿠팡과 C커머스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다른 경쟁사의 약진도 이어지는 형국”이라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예측이 이전보다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 거 같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