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초고령‧저출산에 무너진 내수…“유통산업 지형도 변화”
초고령·저출산 현상으로 내수부진 심화 유아 사업 접고, 시니어 사업 대폭 확대
2025-05-12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내수의존도가 높은 업태 성격을 지닌 유통업계가 초고령화 시대와 저출산 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연말 기준 973만명을 기록해 올해 1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2025년 기준 노인 인구는 1051만명으로 20.3% 늘고 2030년에는 25.3% 증가한 1298만명으로 6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가 10명 중 4명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출산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4.53명에서 2013년 1.10명으로 40여년만에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고, 이후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최저 기록을 매년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월 인구 동향에 따른 2월 출생아 수는 1만9362명으로 전년동월대비 3.3%(658명)이 감소해 2만 명대가 무너졌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으로 2만명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소치를 갈아치웠다. 2월 출생아 수는 2017년 3만499명에서 이듬해 3만명 선이 붕괴했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만명대를 기록했다. 고물가 속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성장률은 낮아진 상황에서 고령화 사회가 더해지면 돈을 쓰는 소비자들이 줄어 내수부진은 끝모르게 심화될 수 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변화 중이다. 식품업계는 출산율 저하가 계속되자 생존전략을 위해 사업 방향을 틀었다. 내수시장이 축소되면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그간 이유식, 유아식 시장을 공략하던 일부 업체들은 사업을 철수하고 고령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해외 공략을 위해서는 젊은층 입맛을 공략과 함께, 익숙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령층 니즈를 모두 맞추기 힘든 딜레마도 발생한다. 유업계도 저출산으로 우유와 분유 소비가 급격히 줄자 단백질 제품,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 영역을 발 빠르게 확장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과업계는 유아동과 청소년층의 인구 감소로 안주로 활용이 가능한 스낵을 선보이며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내수에 의존하던 급식업체들도 최근 2~3년 새 해외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고령층의 이커머스 사용률이 크게 늘자 시니어 소비자 타깃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가 다가오며 건설업계에 이어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실버타운이라 불리는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진출했다. 특급호텔 위탁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동원해 건강 관리 서비스 등 차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