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發 레미콘 대란 가능성…“합의점 도출 어려워”
부산‧울산‧경남 이어 수도권도 협회와 협동조합에 협상 공문 발송 시멘트 가격 인상분 온전히 확보 못해 난항 가능성 커져
2025-05-12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레미콘 운반비 협상이 시멘트 가격 인상 여파로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권을 시작으로 레미콘 운반비 협상이 시작됐다. 수도권에서도 각 업체에 공문이 발송됐다. 업체와 믹서트럭 기사 각각의 어려움이 심화됐기 때문에, 입장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레미콘업체들은 주요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이 급상승한 반면, 건설사와의 단가협상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평가받는다. 레미콘은 권역별로 운반비 협상이 이뤄지는 특성을 가졌다. 출하 이후 1시간 30분 이내에 타설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역별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세력권이 나눠졌다는 이유로 전국적인 일괄 협상이 어렵다. 통상 민주노총 소속의 부‧울‧경 지역에서 운반비 협상 신호탄을 쏘는 추세다. 한국노총 중심으로 구축된 수도권에서도 움직임이 관측된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는 최근 수도권의 한국레미콘공업협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운반비 관련 단체협상을 시작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업계에서는 운반비 인상에 공감하지만,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도권 레미콘업체 대표들과 건설자재협의회는 지난 1월 7차 납품단가 협상에서 1㎥(세제곱미터)당 5000원 인상안에 합의했다. 수도권 납품단가는 8만8700원에서 9만3700원으로 5.6% 올랐다. 반면 제조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한 시멘트 가격은 작년 11월부터 t당 7% 가량 올랐다. 믹서트럭 기사들은 물가상승률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9(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현재의 급여로는 물가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에 따른 변화도 존재하는 만큼, 물가가 더욱 오를 가능성까지 존재한다. 양 측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본질적 요인은 시멘트 가격 인상이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 2년간 4차례 걸친 단가 인상으로 40% 가량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유연탄 가격이 상승했고, 전기요금까지 올라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시멘트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두 요인 중 유연탄 가격은 절반 이상 하락했다. 연료 가격의 리스크도 폐기물 활용으로 줄였다. 시멘트업계는 폐기물을 대체연료로 사용하는 중이다. 폐기물은 유연탄과 달리, 들여올수록 이익을 준다. 반입할 때 처리부담금을 받기 때문이다. 이후 폐기물 관련 업체들의 규제형평성 논란이 발생했고, 환경부는 시멘트업계에 대한 환경규제를 강화했다. 환경설비를 새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시멘트 가격 인상은 일방적인 피해전가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폐기물 활용으로 규제 강화를 자초했고, 레미콘업계의 운반비 인상 파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멘트업계가 자초한 환경규제는 레미콘 시장에서의 분쟁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올해 레미콘 운반비 협상은 양 측의 입장차이가 명확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시멘트업계의 움직임이 건설‧레미콘 시장의 악재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