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자회견 '후폭풍'···'특검 거부' 국정동력 상실 우려까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채상병·김건희 특검' 거부 국정 성과에 野 협치 필수···'강 대 강' 더 격화될 듯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 관심, 與 장악력 흔들릴 수도
2025-05-12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야권이 요구하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을 거부할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가뜩이나 강 대 강인 여야 대치 정국이 더 격화될 전망이다. 남은 임기 동안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한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적이어서 국정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후 재표결에서 여당 내 상당한 이탈 표가 나오면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진행 중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보고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우리가 일단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주가 조작 의혹'을 비롯해 '명품백 수수 의혹' 등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은 야당의 '정치 공세'로 규정하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여야 대치가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돼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거부한 '김건희 특검' 등과 함께 재발의에 나설 예정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직후 발표한 긴급 입장문에서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관련된 김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이라며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명품백 의혹도 같이 포함할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서도 거부권 행사를 놓고 야당과의 대립이 심해진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급속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해 야당과 협치가 필수적인 상황이어서 윤 대통령 입장에선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거부권 행사 후 진행될 재표결에서 여당 내 이탈표가 상당수 나올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수직적 당정 관계를 통해 여당을 장악하며 거대 야당에 맞서왔던 윤 대통령의 통제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낙천되거나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58명 정도가 된다"며 "총선 민의는 채 상병 특검법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내일이면 정치를 떠나야 하는 의원들 입장에선 윤 대통령의 뜻보다는 민심을 더 좇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총선 후 20%대로 급락한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위태로운 국정 운영 동력의 징후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 24%, '잘못하고 있다' 67%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취임 2주년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문재인 47%, 박근혜 33%, 이명박 44%, 노무현 33%, 김대중 49%, 김영삼 37%, 노태우 28%였다(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1.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그 밖의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