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기 신도시 참여 망설이는 건설업계… 속내는 복잡

주택사업 수익성 뚝...조직 개편·인력 배치 고심 "공공용지, 입지·분상제 등 사업성 우려 더 커"

2025-05-12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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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인천 계양을 필두로 2027년까지 입주를 마칠 예정이던 3기 신도시 사업이 한꺼번에 지연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공언해 온 270만호 주택 공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건설업계에선 원가 급등과 업황 침체로 3기 신도시 참여를 망설이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주택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동산 호황기 때 자리잡은 주택 도급사업 위주의 조직 구조와 인력 재배치 문제로 고민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라인건설은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맺은 울산 '다운2지구 B-6블록' 토지계약을 취소하고 부지를 반납했다. 기계약금 약 43억원과 3차례(총 4회 중)에 걸쳐 지불한 중도금도 모두 포기했다. 앞서 1월에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이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 택지계약을 취소했다. 시공사는 지난 2022년 4월 사전청약을 통해 278가구의 예비 수분양자까지 확보했지만, 업황 침체로 본청약 일정을 미뤄오다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이로써 택지계약금 약 65억원과 사전청약 비용은 매몰 처리됐다. 이 밖에도 △경기도 화성시 병점복합타운 주상복합용지 1·2블록 △화성동탄2 4필지 △경상남도 밀양시 부북면 1필지 △창원시 가포동 1필지 등은 중도금을 내지 못해 올해 계약이 해지됐다. 또 전국 9개 공동주택용지는 분양대금 연체로 계약이 잇달아 해지되는 등 이미 작년에 계약이 해지된 사업장 수(5필지)를 돌파했다. 수년째 이어진 공사비 상승과 브릿지론 및 PF대출(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리 고공행진, 미분양 확산으로 시행·시공사의 사업성 우려가 커진 데다, 외곽 입지에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돼 민간사업보다 미분양 부담이 큰 공공 택지 사업에서 사업 철회 선언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자체 주택사업은 물론 도급사업 참여까지 주저하면서 주택 인허가·착공 수치는 갈수록 고꾸라지고 있다. 국토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7만455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2만2072가구)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기간 전국 착공 물량도 작년 5만7153가구에서 올해 4만5359가구로 20.6%나 줄었다.
건설사들이
지난해 전년 대비 주택 인허가가 17.8%, 착공은 36.8% 감소하는 등 2~4년 후 주택 공급 추이를 엿볼 수 있는 선행지표들이 일제히 급감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현 정부가 발표한 270만호 공급 달성은커녕 공급 가뭄에 따른 주택 부족과 주거비 급등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주택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급감이 현실화한 가운데 건설사들은 정부 주도의 3기 신도시 등 공공사업과 민간 주택 도급사업 대신 신사업과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대다수 건설사들은 과거 10여 년간 주택 도급사업 위주로 실적을 달성해왔고 조직 및 인력 배치 또한 이에 맞춰져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조직 구조 재편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최근 국내 주택 산업 침체의 돌파구이자 대체 매출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해외 수주 사업은 향후 대형 손실을 떠안거나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금 발생 우려가 큰 만큼 현지 공정률이 높아진 몇 년 뒤에는 건설사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미청구공사액은 지난 2021년 10조9712억원에서 작년 상반기 13조1415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급공사비가 5000억원을 넘는 대형 건축사업은 공기(供气)의 50%가 넘어서면, 잠재리스크가 대폭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과거 동유럽 및 중동 등에선 현지 발주처의 사업 기조가 급격히 바뀌거나 비용 집행이 지연되면서 국내 기업이 대형 손실을 보고 사업을 접거나 현지와 소송전에 나선 사례가 빈번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당분간 돈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기존 인력풀과 조직 구조를 한꺼번에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나 복합개발 등에 강점을 보유한 몇몇 건설사를 제외하면 대다수 업체는 어쩔 수 없이 주택 도급 부문 위주로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