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더딘 면세…소식 없는 유커보단 내국인
1분기 내국인 매출 7680억원, 전체의 20% 넘어 면세 4사, 일제히 내국인 혜택‧주류 매장 강화
2025-05-13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뜸했던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내한 소식에도 면세업계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내국인들의 면세 매출이 상승세를 타자 국내 소비자 잡기에 더욱 필사적인 모습이다.
13일 한국면세점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조6927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늘었다. 매출 견인에는 내국인의 기여도가 컸다. 올해 1분기 내국인 매출은 7680억원으로 전체의 20.8%를 차지했다. 내국인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면세점의 내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 2010년 55.3%로 최고점을 찍었으나, 유커와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의 영향으로 2019년 15.6%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내국인 매출은 몇년간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엔데믹 이후 다시 매출 비중이 회복되는 추세다. 다만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내국인 매출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국내 고객을 잡기 위한 각종 혜택이 늘어나는 추세다. 중동 리스크로 인한 고환율 장기화로 면세 제품의 가격이 오히려 국내 할인가보다 비싼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 내국인들의 발걸음이 끊길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올해 2분기는 황금연휴가 많아 내국인 고객을 잡기에 최적기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여행객을 위한 환율보상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구매일 기준 1달러당 매장 환율이 1320원을 초과하면 LDF 페이로 최대 56만원을 추가 제공한다. 여기에 구매 금액대별 LDF 페이 증정, 카드사 제휴 등을 포함하면 최대 164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향수 전문관에서 중국인 고객 뿐만아니라 내국인 고객에게도 쇼핑 지원금을 증정한다. 쇼핑지원금 혜택은 회원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으며 브랜드별 사용 조건에 따라 제품 구매 시 자동으로 적용된다. 신라면세점은 푸바오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해 푸바오를 추억할 수 있도록 에버랜드와 손잡고 한정판 선불카드를 출시했다. 푸바오와 지난 해 태어난 쌍둥이 판다 루이·후이바오 사진을 카드 디자인으로 담아 면세점에서 각각 600달러, 300달러 이상 구매하면 받아볼 수 있다. 또한 200달러 이상 구입하면 데스크에서 푸바오 그립톡을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국내 고객 중에서도 MZ세대를 겨냥했다. 라이프스타일 멤버십 하입클럽은 2030세대가 선호하는 SNS채널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멤버십 회원을 모집하고, 현대백화점인터넷면세점에서 가입할 수 있다. 멤버십 출시 직후부터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 테디뵈르 하우스와 협업해 하입클럽 회원만 할인받아 구매할 수 있는 한정 메뉴를 출시하는 등 화제성 높은 컬래버를 이어가고 있다. 면세 4사 모두 내국인 고객이 선화하는 주류 매장을 강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부터 김포국제공항에 임시 매장을 설치하고 주류 판매에 돌입했고,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주류 매장을 새롭게 오픈했다. 신라면세점은 데일리샷과 전략적 사업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주류 판매를 확대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면세점 최초로 휴대성이 간편한 프리미엄 칵테일 브랜드를 론칭햇다. 대체로 면세점 이벤트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면세 4사가 일제히 내국인 고객의 혜택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진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침체로 한국을 찾는 유커가 크게 줄기도 했지만, 한국에 오더라도 면세점을 쓸어가는 단체 관광보다 한국 음식이나 문화를 경험하는 개인 관광이 늘어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며 “유커 회복에만 기대기보다 다방면에서 매출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