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예견된 아파트 전세난… 매매수요 위축에 장기화 불가피

매매 수요→전세 이동 확산···수급 양상 엇갈려 고금리·공급 부족 지속··· 전셋값 안정화 '난망'

2024-05-13     권한일 기자
입주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고금리 장기화와 집값 추가 하락을 둘러싼 기대감으로 매매 수요가 줄면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가운데 향후 예정된 입주 물량의 감소는 물론, 정부가 구상 중인 중장기 주택 공급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3만2879가구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2만3483가구, 내년에는 2만3476가구로 감소한다. 

올해 들어 실제 입주 물량은 2월 645가구, 3월 996가구, 4월 815가구 등으로 석 달 연속 1000가구 이하에 그쳤다. 또한 이번 달 서울 시내 입주물량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인근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도 입주 물량 부족과 고금리에 따른 매수 기피, 빌라 등 비주택 아파트 전세 계약 비선호 현상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입지가 무난한 전세 매물은 수개월째 귀한 취급을 받고 있다.

관망세로 돌아선 매매 수요가 전세로 유입되고 있지만 매물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1주 연속,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연초 이후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반면 전세 사기 문제와 전세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로 인해 빌라와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의 경우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계약 비중이 36.3%에 머무르는 등 '역대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이에 기존 세입자들은 새로운 물건을 구하는 대신, 기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올 들어 4월 말 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갱신율은 지난해보다 8% 포인트 증가한 35%를 기록 중이다.

연초 출시된 신생아 특례대출과 금리 고점 고정에도 불구하고 매매 심리 위축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에 따르면 5월 첫주(6일 기준) 서울·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각각 91.8, 90.7로 기준선(100) 이하에 머물렀다. 해당 지수는 기준선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전세를 찾는 수요자가 늘고 전세 매물도 줄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2021년 11월 넷째 주(100.5) 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00을 돌파했다.

문제는 시공 원가 급등과 부동산 업황 침체의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신규 주택사업 기조가 보수적으로 바뀐 데다 3기 신도시 시공·입주 일정 등도 대거 지연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 새 아파트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건설 경기 침체로 현 정부가 공언해 온 270만호 주택 공급 목표에도 차질을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차기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공급 계획 실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예정된 공급 물량과 금리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서울은 물론 경기권으로 전세난이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금리가 다소 안정되고 집값이 주춤한 가운데 전세수요가 늘면서 전반적인 전셋값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최근 아파트 인허가·착공이 줄면서 향후 입주 물량까지 감소할 수 있어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감소할 경우, 전세 등 주택 임대차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 시내 주거 불안은 인접한 도시 등 수도권 지역으로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