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통가 캐릭터 띄우기…차별성 필요한 순간

유통업계, 캐릭터 열풍 속 ‘자체 캐릭터’ 쏟아내 고객 유입 및 매출 증대 가능…성공 사례 드물어

2024-05-15     강소슬 기자
유통업계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백화점 업계는 지난해부터 자체 캐릭터를 속속 선보이며 ‘캐릭터 마케팅’ 확대에 나섰다.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소비의 큰 손이라 불리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유입하기 위한 전략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자체 캐릭터 ‘벨리곰’을 선보였으며, 신세계백화점은 ‘푸빌라’, 현대백화점은 ‘흰디’를 통해 자체 캐릭터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 단순히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까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제품보다는 ‘한정판’ 수요가 늘어난 점도 유통업계가 캐릭터 마케팅에 집중하는 데 한몫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더 친근하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브랜드 철학을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어린이를 타깃으로 했던 캐릭터들이 최근에는 MZ세대를 넘어 4050세대에서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캐릭터 마케팅 확대의 주된 이유다. 과거 캐릭터 소비층이 10대 이하였지만, 최근에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캐릭터를 선호하는 연령층도 높아졌다.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캐릭터 성공 사례는 롯데의 벨리곰이다. 벨리곰은 2018년 당시 2년 차 직원의 아이디어로 롯데홈쇼핑이 선보였다. 2018년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벨리곰을 활용했지만, 4년간 큰 이슈를 받지 못했다. 2022년 롯데 계열사와 협업해 잠실 롯데타워에서 15m 대형 공공전시를 진행하며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현재 벨리곰은 대형 전시, 굿즈 판매를 넘어 공공기관과 패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벨리곰 관련 매출은 200억원을 넘겼다.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벨리곰은 160만명의 SNS 팬덤을 보유 중이며, 공식 유튜브 채널의 해외 시청자 비중은 40% 정도다. K-콘텐츠 수요가 높은 두바이, 뉴욕, 자카르타 등에서 공공전시와 깜짝 카메라를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특별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벨리곰과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으며, 올해는 계열사와 함께 ‘킨더유니버스’라는 키즈관 브랜딩을 론칭 하면서 자체 캐릭터 9종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체 캐릭터 ‘푸빌라’는 각종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푸빌라는 2017년 네덜란드 작가 리케 반데어 포어스트와 신세계가 협업해 만든 하얀 곰을 닮은 솜뭉치 캐릭터다.  현대백화점도 비주얼 콘텐츠 육성이 중요해지자 IP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2019년 캐릭터 ‘흰디’를 선보였다. 흰디는 흰색 강아지로 고객들과 ‘순간의 행복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월 더현대 서울, 8월 광화문광장에 15m짜리 대형 흰디를 설치했다. 광화문 행사가 진행되는 19일 동안 68만여명이 방문했다. 반면,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잊혀 가는 캐릭터도 적지 않다. 자체 캐릭터가 넘쳐나는 상황 속 차별점을 갖지 못한 캐릭터가 소비자에게 각인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와 이커머스 업계 대부분 자체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GS25 자체 캐릭터 ‘무무씨’를 제외하곤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자체 캐릭터를 출시 당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체 캐릭터보다 산리오, 피카츄, 짱구 등 다른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협업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벨리곰이 크게 성공하자 유통업계는 자체 캐릭터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며 “하나의 캐릭터가 소비자 인기를 얻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지만, 차별점을 갖지 못하면 이는 곧 시간과 인력, 비용의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