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고조…K-배터리 반사이익
美바이든 정부, 11월 대선 앞두고 中관세 대폭 상향…中도 대항 조처 시사 무역전쟁 초읽기 속에…K배터리 "호재 전망,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 경계"
2025-05-15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초강력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대항 조처를 시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1차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양국간 2차 무역전쟁의 포문이 열리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배터리가 없는 만큼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주요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리도록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 대상은 중국산 수입품 180억 달러(약 24조6510억원) 규모다. 먼저 중국산 전기차에 붙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상향한다. 배터리 및 그 구성품, 관련 주요 광물에 대한 관세도 오른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현재의 7.5%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전기차 이외 부문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2026년 25%로 인상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관세가 부과되지 않던 배터리 관련 주요 광물은 현재 0%에서 올해 25%로 상향되고, 역시 현재 관세가 없던 천연 흑연과 영구 자석도 2026년부터 25%의 관세가 붙을 예정이다. 백악관은 "중국의 과도한 보조금과 비시장적 관행이 상당한 과잉 생산 위험을 초래하면서 지난해 중국 전기차 수출은 한해 전보다 70% 늘었다"며 "관세 100% 부과는 미국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도 높은 관세 때문에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에 거의 수출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 관세 인상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수준의 장벽을 친 셈이다. 이같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중국은 대항 조처를 시사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백악관 발표가 전해지기 직전 "중국은 일관되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한 일방적 관세에 반대해왔다"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중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일단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경우 중국 전기차에 납품하는 배터리가 없다. 또 값싼 중국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 배터리 3사의 주고객인 현대차, GM, 포드, 스텔란티스, 토요타 등의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 여지가 있었지만, 그럴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리튬, 흑연, 니켈, 망간 등 이차전지에 필요한 핵심 광물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불안이 증폭되면 배터리 기업들은 원료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이 업계에 수혜를 줄 수도 있지만, 양국이 서로 보복성 정책을 쏟아내면서 글로벌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