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신의 기준'이 너무나 낮아진 미래가 무섭다

2025-05-15     이설아 기자
이설아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헌법 제46조 2항,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국회법 제20조의2 1항,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

당보다 앞서 공익을 생각하라는 취지로 제정된 법들이다. 물론 법률만능주의적으로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이들 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 같은 '원론'을 말하는 것이 일종의 '소신'이 된 현재의 상황은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달 초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적인 행정과 편파적인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발언했다. 이는 최근 민주당의 의장 후보들이 입을 모아 '개혁적인 의장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직후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복당을 허용하면 안된다', '불명예 은퇴시켜야 한다'는 등의 맹공격을 받게 됐다. 민주당 후보들의 개혁 주장 자체는 공감할 수 있다. 현 여당의 '묻지마 반대'로 쟁점 법안들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도무지 정치적 타개책을 찾기 힘든 것이 그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여야 중재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치적 잘못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지자 사이의 여론이 무서운 정치인들은 더욱 발언을 사린다. 삼권분립과 같은 우리네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켜야 한다는 발언조차 어느덧 '소신'의 영역에 접어들었다. '법 기술자'라는 말은 더는 조롱이 아니게 됐다. 여당에 법제사법위원장을 배분하는 것도, 국회의장 출신이 국무총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더는 '우리 편'이 아닌 흐름이 됐다. 특정 진영과 인물들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글이 아니다. 진정한 잘못의 책임은 논의와 합의의 공간이 돼야 할 국회를, 서로에 대한 적대감 표출과 선명성 경쟁의 장으로 바꾼 이들에게 있다. 이보다 먼저 법제사법위원장을 비토를 위한 자리로 사용하고, 인사청문회를 능력의 검증이 아닌 꼬투리 잡기 대회로 전락시킨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만, 이처럼 당연한 말조차 어려워진 현재가 곧 '나쁜 미래'라는 청구서로 다가올 것은 너무도 선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