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 바라기' 된 MZ세대… 중소·벤처기업 지원 시급
청년층, 국내 1% 대기업 선호 현상 심각 中企 '임금·복지 취약' 선입견 해소 절실 "정책 대전환·유니콘 사례 등 제시 필요"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복지 격차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청년층의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청년실업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국내 산업계에서 중소기업 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포함한 전체의 99.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과 중요도가 큰 만큼, 벤처·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을 향한 고용 지원책과 복지 향상을 위한 범정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13~34세 청년 및 청소년들의 대기업 선호도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성별과 무관하게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대기업(27.4%)이 꼽혔다. 뒤이어 공기업(18.2%), 국가기관(16.2%) 등의 순이다.
대기업 선호 비율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높아진 데 반해 공기업·공무원 선호도는 낮아졌다. 또 국가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과 청소년 비율은 2013년 28.6%에서 지난해 16.2%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청년 및 청소년층은 직업 선택 시 수입(40.9%), 안정성(22.1%), 적성·흥미(13.9%) 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물가와 높은 집값, 학자금 대출 연체 문제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복지 체계가 열악하다는 인식이 강한 중소기업 외면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년구직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세대 직장 선호도조사' 결과,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15.7%에 그쳤다. 반면 대기업(64.3%), 공공부문(44.0%), 중견기업(36.0%)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에서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연봉과 복지 등이 중소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말 기준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조사 결과'에선 영리기업 중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소득은 591만원으로 중소기업 286만원의 2.1배였다.
연령대별 임금 격차는 20대의 경우 대기업 340만원, 중소기업이 215만원으로 1.6배 차이였지만 30대 1.9배, 40대 2.2배, 50대 2.4배로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육아 휴직 등 근로·복지 조건에서도 차이가 컸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보고서(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 가운데 육아 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5%였다.
구체적으로 종사자 수 5~9인은 47.8%, 10~29인은 50.8%, 30~99인은 71.9%, 100~299인은 88.4%, 300인 이상은 95.1%였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는 비율도 높아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중소기업에 취업하기 보다 대기업에 취업할 때까지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를 보면,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 10만6000명은 '맞는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신규 인력 채용 의지가 확고함에도 구인난에 허덕이는 상태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미충원율은 1년 전보다 4.2% 상승한 14.7%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에 팽배한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과 대기업만 바라보는 세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획기적이고 변화된 정책 마련은 물론,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늘려 가시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도성 서강대 경영대학장(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은 "중견·강소·챔피언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이 더 나와야 젊은 세대가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에 골고루 조금씩 지원하며 영세업체로 끌고 가는 것보다 혁신 성장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유니콘 기업이 더 나온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정책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제 격차 구조를 손보기에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의 교섭력 향상 및 대기업과 대등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 조성 및 대기업의 수익 일부를 분배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정화 한양대 명예교수(구 중소기업청장)는 "중소기업 임금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근속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며 "장기 근무를 하면 혜택을 많이 받도록 지원해 주고 대기업과 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보육·교육·주거 등에 공공재를 투입해 과감하게 보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