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50년 만에 다시 체결할 뻔했던 ‘新강화도조약’

2025-05-19     서효문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인 1876년. 이때는 한반도의 역사상 가장 암울한 사건 중 하나가 발생했다. 당시 군사력을 앞세운 일본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삼아 부산·원산·인천 항구 강제 개항, 일본인의 치외법권 허용, 조선의 연안 측량 허용 등을 골자로 한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것.  1910년 8월 29일 한일병합 시발점인 강화도조약은 명백한 영해 침범 및 침략행위인 운요호 사건을 핑계로 일본이 체결한 불평등 조약이다. 해당 조약을 기점으로 일본은 한반도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발발, 전국적인 수탈과 외교권 박탈 등을 자행하며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만행을 저질렀다. 조선인 가미카제, 일본군 위안부 등은 일본 제국주의가 한반도에서 ‘제노사이드(Genocide : 인종 말살 행위)’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다. 안타까운 역사의 시발점인 강화도조약 체결 약 150년 뒤인 2024년.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할 뻔했다. 일본 정부의 ‘라인 강탈’ 시도가 그것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라인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네이버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 지난 2011년 6월 네이버가 일본에 출시한 라인은 월간 이용자 수가 9600만명에 달하는 등 일본의 ‘국민 메신저’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배하는 라인은 양사가 지분을 각각 50%를 보유한 A홀딩스의 자회사인 ‘라인야후’를 통해 운영된다. 일본 정부가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토대로 A홀딩스의 자본 관계 재설정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네이버의 보유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문제는 1800년대 말과 올해. 조선과 대한민국을 이끄는 국가 최고 기관의 행보가 유사하다는 점이다. 강화도조약 체결 당시 조선의 국왕이었던 고종은 한일합병이 진행될 때까지 매우 모호한 입장을 내비치며 안타까운 역사에 중심에 섰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고종이 최측근이었던 이완용을 비롯해 친일파들에게 자신의 안위 보장만을 먼저 요구하며 일제의 국권 침탈에 큰 역할이 하지 못했다는 ‘무능론’을 펼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라인 사태에서 우리 정부가 보여준 태도도 150년 전 ‘무능론’에 기초한 고종의 행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라인 사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네이버의 입장이 중요하다”라고만 말하면서 적극적으로 강탈 시도를 방어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우리 외교부는 국내 언론을 섭외해 일본 총무성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우리 외교부는 이완용을 비롯한 150년 전 친일파들의 반민족적 행위를 반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네이버는 오는 7월 일본 총무성에 제출하는 조치 보고서에 라인 지분 매각 내용을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해당 조치로 네이버는 라인을 부당한 이유 없이 일본에 강탈당하는 상황은 막았다. 네이버 강단으로 지금의 라인 강탈은 막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의 역사를 통해 해당 사태가 궁극적으로 해결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 정부가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일본 정부는 언제든지 라인 강탈을 재시도할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강화도조약을 시발점으로 36년간의 일제 강점기가 시작됐기 떄문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고종이 일제의 국권 침탈 행위에 대해 조금만 발 빠르게 행동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세기며 라인 강탈을 호시탐탐 노리는 일본 정부에 대해 달라진 대체를 보여주는 정부가 되길 제발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