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소비하는 MZ세대 ‘그린워싱’ 안통한다

2030세대 10명 중 7명은 친환경 활동 적극 실천해 국내 규제 느슨해…해외에서는 이익금의 3% 벌금

2025-05-19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어릴 때부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온 MZ 세대에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화두가 됨에 따라 유통업계에서도 지속가능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시에 실질적으로는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친환경인 것처럼 광고하는 그린워싱이 문제로 떠올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MZ세대는 실제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실천도도 높다. 알바천국 MZ세를 대상으로 환경보호 관련 조사를 한 결과 84.1%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MZ세대 비율도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광고나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소비’를 지향하고 있고, 플라스틱 프리나 리사이틀링 제품 등을 선호한다. 자신의 가치에 반하는 비윤리적인 기업은 적극적으로 불매를 벌이기도 하고, 본인의 생각과 방식을 SNS에 공유하면서 주변인들에게 알리기도 한다. 단순히 신념을 드러내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전파력이 크다. 이에 현재 2030 MZ세대 뿐만 아니라 2011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들도 유사한 가치관 기반의 소비 성향을 띈다. 이들은 친환경 마케팅과 실제 친환경도 엄격하게 구분한다. 스타벅스도 최근 도마위에 올랐다. 사회공헌활동, 친환경 활동을 많이 하는 스타벅스가 시즌별로 새로운 텀블러 굿즈를 선보이면서 플라스틱 컵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친환경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 롯데칠성음료는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 제품 패키지에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 동물 그림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했다. 문제는 실제로 플라스틱 쓰레기로 해양 동물이 피해를 받고 있지만 이 그림으로 인해 해당 제품을 사 마시면 동물을 도울 수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021년 페이퍼보틀 에디션으로 종이용기 패키지 제품을 출시했으나, 실제로 용기용 분해했을 때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로 싸둔 것에 그쳤다는 것이 알려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뚜렷하지 않다. 유통업체 외에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그린워싱이 늘고 있지만 국내 규제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을 시행한 것이 전부다. 환경단체에서는 그린워싱이 갈수록 교묘해짐에 따라 소비자가 친환경이라고 오인할 수 있게 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만적인 그린워싱에 대한 벌금도 강한 편이다. 최근 캐나다의 룰루레몬은 환경단체의 고발을 당해 캐나다 공정거래위원회(Compittion Bureau)가 공식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룰루레몬이 ‘우리 제품과 행동은 환경 피해를 줄이고, 지구를 복원하는데 기여한다’고 강조해왔지만 실제로 제품의 소재도 화석연료에서 파생됐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었다는 지적이다. 룰루레몬이 대중에게 실질적으로 허위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그린 워싱을 저지른 것이 밝혀질 경우 글로벌 이익금의 3%, 최대 4억 달러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친환경 인식이 높아져 기업이 친환경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친환경이 아님에도 마케팅을 그렇게 한다면 소비자들은 그린워싱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다. 제도적으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