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후보 선출에···셈법 복잡해진 여야 원구성 협상
법사위·운영위 가치 여전···여야 쟁탈전 격화 전망 우원식은 '속도전' 예고···"합의 안 되면 국회법대로"
2025-05-19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추미애 당선인의 국회의장 후보 선출이 무산되고, 우원식 의원이 차기 의장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원구성 협상을 앞둔 여야 셈법도 복잡해진 모습이다. 우 의원이 추 당선인보다 '중립'을 중요시하는 만큼,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누가 가져갈지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원구성 협상에 돌입한다. 여야 원내대표는 원구성과 의사일정 협의를 위한 회동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직을 두고 적지 않은 마찰을 예고 중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검토한 모든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전 최종 심사하는 곳이다. 법사위원장은 소속 정당의 입장에서 입법 과정의 속도를 낼 수도, 반대로 지연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특검법 등 수많은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인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는 법사위원장이 여당 소속 김도읍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처 소관에 속하는 사항을 담당하는 운영위를 여야 모두 노리는 것도 같은 비슷한 맥락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실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운영위를 소집해 현안 질의 등을 요구했지만 여당 소속 윤재옥 위원장의 비협조에 번번이 가로막힌 바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압박을 위해, 국민의힘은 보호를 위해 두 상임위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입법 논의를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여야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임위로 꼽힌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추 당선인이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면, 여야 원구성 협상은 단순해질 수 있었다. 추 의원은 민주당 의장 후보 중에서도 '의장 중립'을 가장 강하게 부정했던 인물이다. 그런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됐다면, 민주당은 의장 직권상정 등을 활용해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도 본회의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처리할 방법이 열릴 수 있었다. 이 경우 원구성 협상 최대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은 그 가치가 다소 떨어지게 된다. 입법 과정의 게이트 키퍼로서 법사위원장직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모두를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인데, 하나씩 나눠 가지는 절충안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었다. 여야 원내대표도 상임위 협상에 대한 부담을 대폭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우 의원이 민주당 의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우 의원은 당내에서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며 줄곧 여야 간 대화와 협치를 강조해 왔다. 그는 당선 이후 "양쪽의 딱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 국회의장의 중립이라고 이야기하면 그것은 어폐가 있다(동아일보 인터뷰)"면서도 추 당선인보단 온건하게 여당을 대할 것이란 전망이다. 편파로 상임위를 무력화할 가능성이 낮은 이유다. 한편 우 의원은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구성을 다음달 중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상임위 배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그럴 경우 표결로 넘기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우 의원은 지난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합의가 안 된다면 국회법이 정한 절차대로 국회를 빠른 속도로 개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