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의례 하는 동물'에 대한 전방위적 통찰 『빅터 터너』

2025-05-20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과학적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에도 ‘의례(ritual)’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 또는 집단이 어떤 전환기에 맞닥뜨릴 때, 새로운 상태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돕는 사회적 장치가 바로 의례이기 때문이다.

수백 년 문화를 변치 않고 계승하는 오지 마을부터 불확실성이 들끓는 대도시까지, 인간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의례가 있다.
이 책은 현대 의례 연구를 터 잡고 폭넓게 확장한 빅터 터너의 인류학 이론을 요약하고, 의례의 본질과 그 현재적 의미를 살펴본다. 의례의 목적이나 결과 대신 ‘과정’을 살펴볼 때 알 수 있는 사실, 의례에 쓰이는 ‘상징’들이 서로 연결되며 기능하는 방식, ‘이도 저도 아닌 상태’ 즉 과도기적 상태를 뜻하는 의례의 ‘문지방성’이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례 등을 서술한다.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과 늘 한 몸처럼 붙어 있기에 잘 인식되지 않는 의례를 폭넓고 날카롭게 통찰할 수 있다. 빅터 터너(Victor Turner, 1920∼1983) 인류학자. 여러 면에서 문지방성을 띠는 학자다. 다년간 아프리카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영국구조주의자였지만 인류학자로서 대부분의 삶을 미국에서 보낸 초대륙적 인류학자이기도 했다. 방주네프의 통과의례에서 영감을 받아 문지방성(liminality), 사회극(social drama), 의례 과정(ritual process) 등의 개념을 발전시켜 의례 연구의 전문성을 확립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뒤 의례 연구를 사회 전반에 확장해 문화적 연행(cultural performance)과 리미노이드(liminoid) 등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인류학 개념을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과 드라마 연구에 접목해 예술과 미학 분야에서도 정평 있는 독특한 인류학 영역을 구축했다. 지은이 장용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학부 교수다. 아프리카 민간신앙과 종교, 디아스포라와 문화혼성 등을 연구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와힐리어과(현 아프리카학부)를 졸업하고 인도 델리정경대학(Delhi School of Economics)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건너가 크와줄루나탈대학교(University of KwaZulu-Natal)에서 인류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남아공과 가나, 케냐와 탄자니아 등에서 접신 현상(spirit possession)과 관련된 현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관련 서적과 논문을 출간해 왔다. 대표 저서로 ≪춤추는 상고마≫(2003)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상징의 숲 1, 2≫(2020),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