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與 ‘비대면 약배송’ 법안 제출… 政부담 가중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약 배송 허용' 의료법 개정안 대표발의 약사계, 개정안에 강력 반발… 허용 시 현행 의료공백 심화 우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비대면 의약품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약 배송이 허용되면 정부가 의료계에 이어 약업계의 반발까지 감당해야하는 만큼, 법안 추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약 배송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다.
이에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관련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7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대면진료에 따른 처방 의약품을 환자가 지정하는 곳에서 인도할 수 있도록 ‘의약품 비대면 수령’을 허용하도록 한다. 비대면 진료를 받고도 약국에 가야만 하는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지난 2월 19일 의사들이 집단 사직에 나서자 정부는 같은달 23일부터 비상진료대책의 일환으로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이던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다. 그러나 비대면진료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약 배송은 빠져 국민들로부터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일부 일반의약품과 달리,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가 전문의약품을 처방받기 위해선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가야한다. 현재와 같이 의사가 병원에 없고, 비대면 진료가 병원 역할을 대신하는 시기에는 환자가 약국에 갈 이유가 없다.
비대면 약 배송은 정부가 의료개혁 명분으로 삼은 ‘지역 필수의료 공백 해소’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지만, 정부는 이를 섣불리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표면적으론 약 배송이 약사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약사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담을 느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약사계는 환자 관리 소홀 및 의약품 처방 오남용 문제가 우려된다며 팬데믹 시절부터 꾸준히 비대면진료와 약배송을 반대해 왔다. 실제 해당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강조하던 정부 및 플랫폼 업계의 관리 감독 소홀 사례가 일부 드러나면서, 더 완고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약사 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조명희 의원을 향해 “기술과 효율만을 강조한 한국사회의 수많은 플랫폼들이 기술 이용에 취약한 계층을 소외시킨다”며 “병의원과 약국마저 지역에서 사라지게 만들 비대면 진료 정책을 추진하고 약배달 허용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보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의정활동”이라고 비판했다.
비대면진료는 의사의 영역이지만, 약 배송은 약사의 영역이다. 이미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사의 자리는 비대면진료로 해소해도, 약 배송을 허용하면 약사의 반발까지 부추기게 되므로 현행 의료공백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허용할 경우 모든 의료 전문직들을 적으로 두게 되고, 허용하지 않자니 필수의료 격차를 방치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행정부가 약 배송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정치권에서 내민 개선안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소비자 단체 컨슈머워치는 오늘 성명서를 내고 “그 동안 비대면진료 법제화 책무를 외면해 온 21대 국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입법활동”이라며 “조명희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는, 용기 넘치는 입법임과 동시에 22대 국회에 던지는 묵직한 충고”라고 평가했다.
관련 업계는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국민 대부분이 비대면진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약 수령 절차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5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 시행 이후, 일평균 비대면진료 실시건수는 약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비대면진료 이용자 대다수가 약 수령 절차 개선 등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