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논란에…중소기업·소상공인도 ‘불안’

KC 인증 제품만 ‘직구 가능’ 소비자 반발 정부 “위해성 확인된 제품만 차단” 해명

2024-05-20     김혜나 기자
이정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국가통합인증마크(KC인증) 획득 전 해외직구 금지' 논란을 두고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일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도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물품은 KC인증 받아야만 국내 반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13세 이하의 어린이가 사용하는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유모차, 완구 등)은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 KC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도 KC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해외 직구로 인한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지속돼왔다. 저렴한 중국산 직구 제품 유입은 우리 중소기업에 큰 위기감을 줬다. 해당 제품들은 적은 인건비로 생산 단가가 낮으며 KC인증이 불필요해 비용이 절감돼 가격 경쟁 자체가 어려워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 중국 직구가 기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인식하는 응답이 80.7%에 달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매출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은 도·소매업(34.7%)이 제조업(29.5%)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국발 해외직구 플랫폼으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의 80% 이상이 타격을 받았거나 우려된다고 한다”며 “상당한 양의 무인증·무관세 제품들이 국내 소비재 시장에 유입되고 있어서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은 피해 대책 방향으로 ‘직구 관련 불법행위 단속 강화(61.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특허·상표권 침해 제재 강화(42.5%)’ △‘국내 인증 의무 강화(42.5%) ’△‘중국산 직구 제품에 연간 면세 한도 설정(35.0%)’ 순이었다. 특히, ‘국내 인증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제조업(45.5%)이 도·소매업(40.9%)보다 더 높았다. 이외에도 △‘해외직구 관련 기업 피해 대응조직 운영’ △‘국내 중소기업 대상 규제 완화’ △‘국내 중소기업 온라인 판매 경쟁력 강화 지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으나, 정부의 이번 대책은 우리 기업 보호가 아닌 소비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 19일 KC마크 미인증 해외직구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80개 품목의 해외직구 사전 전면 차단은 사실이 아니며, 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상모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KC인증을 받은 제품은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전기용품·생활용품안전법, 어린이제품안전법에 있는 직구 품목은 KC인증을 받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며 “KC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법률 개정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해외직구 제품 KC인증 의무화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및 유통업계는 대체적으로 이번 법령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간 해외 직구 플랫폼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이번 법령을 계기로 완화되길 기대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번 법령 시행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상세한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며, 타국의 규제도 참고해 공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반대로,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개인뿐만 아니라 전자기기 수리, 부품 교체 등을 영위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도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격이 저렴한 전자기기 관련 부품을 직구해서 수리하거나, 해외에서 직구한 물건들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이 해당된다.

한편, KC인증과 관련한 기업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국내 생산·판매 제품은 KC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 취득을 위한 비용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으로 높으며 정기적인 갱신도 필요하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2022년 완구·학용품업계 20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완구 및 학용품 KC인증제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KC인증제도가 전반적으로 부담되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업체가 조사대상 업체 중 76.1%(부담·불합리 정도 ‘매우 높음’ 33.2%, ‘높음’ 42.9%)를 차지했다.

이들은 KC인증제도 애로사항으로 ‘KC인증 취득비용 부담’(80.0%)을 가장 많이 꼽혔다. △동일모델 내 종류별·재질별 인증부담(56.6%) △5년이라는 짧은 유효기간(52.7%)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검사항목 추가 부담(44.4%) 등이 뒤를 이었다. 완구·학용품업계는 KC인증을 취득하는데 평균 3개월 가량이 소요되며 연간 18개 품목에 KC인증을 취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KC인증 취득 비용으로 연간 1546만원을 지출하는데 이는 매출액의 3.7% 수준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