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피할 수 없는 외국인 인력 수급, 규제 더 풀어야
인력 수급 요원한데 근로자 채용 기준·절차 까다로워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지자체 의견 반영 필요 커져
2024-05-20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저출산과 고령화로 국내 노동인구가 줄고, 위험 업종에 대한 기피가 심화되면서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외국인 고용의 벽은 여전히 높아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태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해 10월 300인 미만 주요 업종별 기업 615개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활용현황 및 정책 인식조사’를 실시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에 대해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36.9%로 집계됐고, 이전 수준을 유지한다는 응답이 58.7%로 나타났다. 주조·금형·용접·열처리 등 제조업 전반을 아우르는 ‘뿌리업종’ 중 50.3%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모를 더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뿌리업종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현장의 인력난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생산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가 성장동력 확보 및 인력수급 불균형에 대한 능동적 대처를 위해 ’이민청 설립‘을 포함한 우리나라 외국인력 정책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확대 요구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정부는 고용허가제 개편해 4년 10개월의 체류기간을 최대 10년으로 늘렸다. 그럼에도 사업장 변경제한은 그대로 남아 있어 ‘현대판 노예제’라는 오명까지 감내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비자 기준도 까다로워 기업의 채용을 막는다는 불만이 산업계에서 나온다. 각 기업은 비전문취업 비자(E9)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구직자명부 등록 △고용지원센터소장의 고용 추천 △근로계약 체결 △사증 발급 신청 △입국 △취업교육 이수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특히 최근 현장에서 숙련공 고용확대 필요성이 높아지지만 숙련 비자(E7)의 진입장벽이 높아 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숙련비자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뿌리기업에 30개월 이상 근무해야 하고,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3단계 이상 이수자 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김진하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를 전국 수요에 기반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별 상황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세계 주요국들처럼 중앙-지방정부 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도 지자체로서 외국인 노동자 유치 확대를 위한 정책을 안배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외국인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미래 서울'을 기치로 외국인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고,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이 플랜에 따르면 서울시는 글로벌 기업·테크 유니콘 등 100대 기업을 유치해 경영 안정화 과정을 돕고, 한국에 들어와 외국인재를 채용하면 1명당 6개월, 월 최대 100만원의 고용보조금을 지급한다. 돌봄·외식업·호텔업 등에서도 외국인력을 도입·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간병과 육아처럼 인력난이 심각한 분야부터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외국인력 도입을 추진한다. 오는 9월부터 100명 규모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개시하는데 오는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최저임금(일 8시간 근로시 월 206만원)을 보장 받으며 근무하게 된다. 오 시장은 해당 계획에 향후 5년간 2506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계획 초기단계인 만큼 당장의 가시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도 개선과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차별 역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차별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9.7%로 나타났다. 차별을 느끼는 주된 원인은 출신국가(58.0%)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한국어 능력 (27.9%)과 외모(8.3%) 등으로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상점·음식점·은행 등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한 외국인은 43.0%로 직장·일터(41.7%)에서 당하는 차별 못지않았다. 김철효 경상국립대 교수는 “단기순환 정주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노동이주 정책을 폐기하고 장기거주 정착이민 중심의 이민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주노동자의 불안정한 사회 적응을 초래하는 가족동반금지 원칙을 폐지하고 동반가족의 기본권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