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고용 늘고 있는데… 처우·인식은 ‘제자리’
외국인 근로자 산재·임금체불 문제 여전
2025-05-20 김수현 기자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최근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와 인식 수준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월 기준으로 올해 비전문취업 비자(E-9)를 받은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지난해 대비 37.% 늘린 16만5000명으로 결정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9만5000명 △조선업 5000명 △농축산업 1만6000명 △어업 1만명 △건설업 6000명 △서비스업 1만3000명 △탄력 배정은 2만명 등으로 배정됐다. 특히 내국인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음식점업·광업·임업 등 3개 업종에 대해서도 외국인력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숫자 역시 증가세다. 15세 이상 외국인 수도 지난 2022년보다 9.9% 증가한 143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사회에 녹아들고 있는 외국인들은 날로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처우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부가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5년간 사업장 규모별 외국인 근로자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임금체불 피해액은 총 567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제대로 된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임금체불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용부가 지난해 발표한 고용노동백서를 보면 외국인 산재자는 2017년 6302명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2022년에는 8171명을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제조업·건설업 등 산재 취약 업종에 근무하면서 산재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심각한 저출산 국가인 만큼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을 개선해 국내 유입 노동력을 늘려야하는 상황이나, 정부가 오히려 이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2차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경제분야 점검회의에서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최저 임금 적용을 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국내 거주 중인 16만3000명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 결혼 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같은 일을 시키면서 이주민이기에 임금을 대폭 적게 줘야 한다는 것은 차별과 착취”라며 “서울시장·일부 정치인·한국은행에 이어 이제 대통령까지 나서서 가사와 육아 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