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거부권 제한·4년 중임제' 개헌 추진···대통령실 "반헌법적"

22대 국회 개원 앞두고 '개헌론' 급부상 대통령 '권력 축소' 개헌안에 與 "헌법 부정" 반발

2024-05-20     문장원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야권에서 일제히 '개헌' 카드를 꺼내 들고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가운데 차제에 거부권 제한을 개헌의 명분으로 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당장 "반헌법적"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민주당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고 대통령도 국회의장처럼 당적을 가질 수 없는 내용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안'을 제시한 것을 시작으로 야권을 중심으로 헌법 개정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했다가 사퇴한 조정식 의원은 대통령 거부권 재의결 기준을 현행 200석에서 180석으로 완화하겠다는 개헌 공약을 내기도 했다. 조 의원은 "대통령 탄핵 기준이 재석 3분의 2인 200석인데, 거부권 재표결 기준이 탄핵 기준과 같은 것은 과하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라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기준인 180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더 포괄적인 개헌안을 제시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 개헌특위 설치 및 7공화국 개헌 제안'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동일가치 동일 노동 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의 영장 신청권 삭제 등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조 대표의 제안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박찬대 원내대표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어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헌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4년 중임제라든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는 것이라든지, 이제는 7공화국이 만들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은 개헌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권력 축소 지향 개헌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당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포인트가 아닌) 모든 걸 녹여내는 제대로 된 헌법 개정 필요하다"며 "(1987년 이후) 시대도 변하고 국민의 국가에 대한 요구도 변했다"는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특히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 거부권은 삼권분립 원칙의 핵심 중에 핵심"이라며 "거부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려는 목적의 개헌 언급 등 야당의 최근 시도는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이자 반헌법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석 구조도 야권이 개헌을 밀어붙이기엔 한계가 있다. 개헌을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22대 국회에서 범야권의 의석수는 국회의장을 제외하면 191석이다. 국회의장이 민주당 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여당 의원 8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개헌이 가능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너무 정략적으로 개헌을 밀어붙이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데 지금 야권의 방식은 너무 급진적인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