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韓처럼 저출산 겪는 日, 외국인에 문 활짝

산업 인력 입국 및 체류 규제 대폭 완화 亞 제조업 선진국 간 우수 해외 인력 유치 경쟁 가능성↑

2025-05-20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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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우리나라처럼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 인력 입국 규제를 풀고, 연봉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만성 인력 부족을 겪은 서방 선진국들도 일찍이 입국 및 고용 규제를 대폭 완화해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20일 해외 산업계에 따르면 10여 년 전부터 심각한 인력난이 시작된 일본에선 지난 2010년대 말 기존 외국인 인력 도입에 대한 보수적인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부터는 '특정 기능(특정 숙련 외국인 근로자)'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외국인에게 합당한 급여를 제공하고 최소 5년 이상 근무 후 숙련공으로 인정받으면 원하는 기간만큼 본국에 있는 가족들까지 데려와서 함께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국내에선 산업 인력 부족은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은 물론, 경영난과 물가 상승까지 불러온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올해부터 5년간은 '특정 숙련' 프로그램 입국 한도를 82만명으로 대폭 늘렸다. 이는 해당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허용한 인력 상한선의 2.4배 규모다. 아울러 건설·간호·숙박업 등에 취업하는 외국인들에게 기능 비자를 발급하고 갱신 시 체류 한도를 없앴다.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일본 내 외국인 근로자 수를 현재의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추가 보완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주력 산업 구조가 비슷한 대만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 30년 전부터 일찌감치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1989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주요 산업군에 도입하는 등 수십 년간 정책 유연성을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최장 12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특히 기능 인력의 경우 고용주가 원하면 무제한으로 데려올 수 있다. 다만 일용직 근로자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맞춰 숫자를 제한한 점이 특징이다. 대만에선 중개 기관이 고용주나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고액의 위탁 수수료를 편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고용 공동 서비스 센터'를 2007년부터 도입해 운영 중이다. 또 지난 2017년부터는 고용주가 외국인 채용·입국·고용 허가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유럽연합) 주요국은 외국인 인력 유치를 넘어 통합·공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는 1·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감소한 인구와 전후 복구를 위해 외국 인력의 이민을 적극 추진했다. 이후 1973년 오일쇼크에 따른 경제공황 이후 '제한'과 '통합'이라는 이분법적 정책 방향을 동시에 표방했고, 현재 프랑스 총인구 6800만명의 약 10%에 달하는 700만명 가량이 이민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프랑스 총 경제 생산성에 한 축을 담당한다는 평가다. 독일은 구직을 위한 입국을 허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취업 비자 처리 기간은 단축했고, 6개월간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새 이민법을 작년에 통과시켰다. 이 밖에도 이탈리아는 올해부터 외국인노동자 쿼터제를 기존 3만5000명에서 15만명 규모로 대폭 늘렸다. 이탈리아에선 농촌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캐나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산업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이민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신속 이민제 개정안(C-19)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기술 또는 경력을 갖춘 이민자를 우선 선발하고 저숙련 근로자들의 취업과 비자 연장은 업종과 무관하게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들이 우수한 외국인 산업 인력 유치에 경쟁적인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향후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제조업 선진국에서도 우수한 해외 인적 자원 유치 경쟁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주력 산업 구조상 주요 경쟁국으로 평가되는 일본과 대만에선 이미 외국인 인력을 산업계 적재적소에 배치해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반면 국내 외국인 고용 정책은 여전히 폐쇄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초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