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사망' 이란, 6월 보궐···애도 표현 놓고 국제사회 '설전'도

모흐베르 부통령, 대통령직 승계···22일 장례식 주변국 '애도의 날' 지정·EU 내 "연대 안돼" 지적도

2025-05-21     이설아 기자
20일(현지시간)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함에 따라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가 오는 6월 28일 치러질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조의 표현 수위를 놓고 격론이 오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모흐센 에슬라미 이란 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헌법 조항에 따라 6월 28일을 보궐선거일로 확정했으며 대선 후보자 등록은 이달 28일 마감된다고 밝혔다. 전날 라이시 대통령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의 바르즈건 지역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로 돌아오던 중 악천후로 인해 헬기가 추락하며 사망했다. 해당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도 탑승했으며 이들도 모두 사망했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헌법에 의거해 이란 12명 부통령 중 가장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에게 대통령직이 일단 승계된다고 밝혔다. 이란 헌법은 대통령의 유고 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흐베르 부통령은 이후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은 22일 수도 테헤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이에 특히 이슬람권 국가들은 '애도의 날'을 지정하며 조의를 표명했다. 파키스탄은 20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고, 튀르키예 역시 "우리는 형제인 이란 국민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이날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라크도 전역에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고, 레바논 역시 3일간의 애도 기간을 가진다고 발표했다. 이란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미국도 공식적인 애도 메시지를 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란 대통령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며 "충돌 사고 발생 배경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커비 보좌관은 "우리는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란 국민들에 대한 지지를 이어갈 것"이라며 "역내 안보 저해 행위에 있어서는 이란의 책임을 계속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내적으로는 '히잡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가하는 등 라이시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같은 생전 라이시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평가에 따라 유럽연합(EU) 내에서는 메시지 내용을 놓고 내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EU 인도지원·위기관리 집행위원이 SNS에 라이시 대통령의 실종 당시 'EU 연대'(EU Solidarity)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글을 올리자, 네덜란드 국적의 롭 루스 의원은 '연대'라는 표현이 "억압받는 이란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 국적의 찰리 베이메르스 유럽의회 의원도 레나르치치 집행위원의 글을 공유한 후 "부끄러운 일"이라며 "유럽 납세자의 돈이 (이란) 테헤란의 테러 정권을 돕는 데 쓰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