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이스라엘·하마스에 영장 동시 청구···네타냐후 "반유대적" 반발

칸 "국제법 적용은 모두에게 동일" 강조 美바이든 "유대인 혼자 아냐" 비판 가세

2025-05-21     이설아 기자
카림

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양쪽의 최고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동시에 청구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 역시 이스라엘을 두둔하며 일각서 'ICC 검사장 처벌' 방안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칸 검사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해 "2023년 10월 8일부터 팔레스타인 영토(가자지구)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이 있다"며 ICC 전심재판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에 대해서도 야히야 신와르와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 지도부 3명에 대해 작년 10월 7일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수백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의 인질을 붙잡았으며, 인질 성폭행 및 고문 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혐의가 있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칸 검사장은 "국제법과 전쟁법은 모든 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면서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필수품을 고의로 박탈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심재판부) 판사들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ICC 사무국장과 협력해 발부된 대상자를 체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즉각 반발했다. 하마스 고위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이날 로이터 통신에 "하마스 지도자 3명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처형자와 희생자를 동일시하는 것이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을 말살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ICC 검사장이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터무니없고 거짓된 영장 청구를 했다"며 "이는 비도덕적인 하마스 살인자들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우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이스라엘 군대를 살인과 사체 방화, 참수, 강간을 일삼는 하마스 괴물과 비교하다니 뻔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총리로서 이스라엘군과 집단학살자인 하마스를 비교하는 ICC 검사장의 역겨운 행위를 거부한다. 이는 완전한 현실 왜곡이며, 신(新) 반유대주의"라며 "그 어떤 국제 토론회에서 나오는 압력과 결정도 우리를 막아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우방을 자처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동조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축하 행사에서 "영장 청구에 반대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어떤 동일성도 없다"며 "우리는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반유대주의에도 우려를 표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며 멈춰야 한다. (유대인)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번 영장 청구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영장 청구에 대해 "근거 없고 불법적"이라며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한 정당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서는 ICC 검사장을 처벌하는 입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2년 124개국 사이 체결된 '로마 조약'에 근거해 설립된 ICC는 반인도적 범죄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전쟁 범죄의 혐의자들을 기소할 권한을 가진 국제기구다. 이스라엘은 현재 ICC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ICC의 체포·인도청구서를 집행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반면 ICC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을 '팔레스타인 영토'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이 지난 2015년 로마 조약에 서명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ICC가 관할권을 가진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