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현경병 의원이 지난 8일 국감에서 “공정위 전원위원회가 사실상 대한항공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해 ‘대한항공의 대변인’이라는 별호(?)를 선사했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10월 26일 “항공사의 대변인 자처하는 공정거래위원장의 언행, 부적절하다. 제휴마일리지, 소비자의 권익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경실련은 지난 9월 “대한항공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인 마일리지 사용을 제한하거나 혜택을 축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제휴마일리지의 판매를 증가시킴으로써 집단적 소비자의 피해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공정위에 고발했다.지난 10월 8일과 22일에 진행된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한나라당 권택기, 이진복, 현경병, 고승덕, 이사철, 민주당 이성남 등 여야를 막론한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국내 항공사가 운영하는 항공마일리지 문제를 심도 있게 제기하고 공정위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항공사의 마일리지 관련 논란은 지난해에 국감에서 마일리지 지급 이행수단의 미확보, 보너스항공권의 예약불가와 지급조건의 일방적 축소, 소멸시효도입, 소비자 정보제공 미흡 등의 문제가 지적돼 시정을 촉구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아 올해 국감에서도 고스란히 다시 제기된 것이다.8일 국감에서 현경병 의원은 2003년, 2005년, 2008년 3차례에 걸친 공정위 내부 심사 보고서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제도 운영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전원위원회만 올라가면 번번히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정위 전원위원회가 대한항공의 방패막이냐고 질타했다.그런데 22일 있었던 공정위 종합국감에서 정호열 위원장은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소멸시효 5년은 외국항공사에 비해 훨씬 관대한 기간”, “외국 항공사들도 신용카드사들로부터 마일리지를 판매하는 등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 “균형을 잃고 푸쉬할 경우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후생이 줄어든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 빈축을 샀다.
경실련 “정호열 위원장 발언 황당해”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경실련은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고 사업자의 불법적 행위를 감시할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오히려 항공사의 불공정행위의 시정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의 질의에 대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항공사의 입장만을 대변하거나 두둔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더욱이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항공사의 불공정한 행태를 지적하는 국회의원에게 주관적인 감정이나 판단으로 우리나라 항공사가 외국 항공사에 비해 더 낫다는 황당한 진술까지 내세운 바 있다”고 밝혔다.경실련은 특히 ‘소멸시효 5년은 외국항공사에 비해 훨씬 관대한 기간’이라는 정호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특정 항공사의 소멸시효를 비교하여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시행하는 소멸시효가 관대하다고 주장해 사업자의 이익을 앞장서서 대변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외국항공사는 소멸시효가 없거나 3년, 짧게는 20개월로 매우 다양하고 항공기를 탑승할 때 적립하는 탑승마일리지 제도만 운영하거나 대한항공처럼 신용카드 등 제휴사를 통해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제휴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또한 외국의 항공사는 소멸시효가 짧은 경우 항공마일리지를 1마일이라도 적립하거나 사용하면 소멸시효가 연장되거나,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소액 상품을 구매하거나 타인에도 양도할 수 있는 등 사용처 또한 매우 다양하며, 항공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 차액만큼만 현금으로 지불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정 위원장, 실태조사나 해봤나?
경실련은 또한 ‘외국 항공사들도 신용카드사들로부터 마일리지를 판매하는 등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외국 항공사들이 항공마일리지를 남발하고 보너스좌석을 지급하고 있지 않은지 조사하였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경실련은 “항공마일리지 문제는 항공사가 탑승마일리지 이외에 유상 판매한 제휴마일리지가 남발되어 발생한 문제로, 외국 항공사도 우리나라와 같이 마일리지를 남발하여 보너스좌석을 이용할 수 없는 소비자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조사결과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의 ‘균형을 잃고 푸쉬할 경우 항공사들이 마일리지를 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후생이 줄어든다’는 발언에 대해 “협박에 불과하고 결코 해서도 안 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그 동안 소비자, 시민단체, 여야를 막론하고 수없이 공정위에 객관적이고 균형적으로 판단을 요구해 왔으나 그 때마다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균형을 핑계로 항공사마저도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항공마일리지제도의 폐지를 운운하며 소비자, 시민단체, 국회의원을 협박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공정위는 기업보호위원회가 아니라 기업의 불공정행위로부터 선량한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해야할 의무를 가지고 설립된 정부부처”라며, “그 수장이 항공사를 질타하는 국회의원에 맞서 국내항공사가 외국항공사에 비해 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신분을 망각하고 특정기업의 변호인으로 전락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대한항공에 대한 고발 건에 대해 공정위가 철저히 조사하고 신중히 결론 내리기를 바란다며, 만약 위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보인 것처럼 항공사를 변론하기에 급급하다면 즉각 소비자단체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매일일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