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중소기업 생산지수 격차 확대…“제조업 회복 대책 마련해야”
제조업 대기업 생산지수 상승…중소기업은 하락세 디지털 전환 속도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해야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반도체 호황에도 중소제조업의 비명은 여전히 울리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생산지수 격차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중소제조업의 회복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기업규모별 제조업 가운데 대기업 생산지수는 111.1로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94.3으로, 2.0% 감소했다. 제조업 업황 회복이 반도체 위주였던 만큼 중소기업에게까지 훈풍이 닿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1.2% 감소했다. 반도체 제외 제조업 생산지수는 2022년 4분기(-2.9%)부터 여섯 분기 연속 줄었다.
중소제조업은 전체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KOSI 중소기업 동향’ 2024년 4월호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소제조업 생산(-5.5%)은 반도체의 양호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조업일수 감소(-1.5일)와 ‘자동차’와 ‘전기장비’ 등이 부진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중소서비스업 생산(-0.4%) 역시 명절 연휴로 인한 영업일 수 감소 등 일시적 요인으로 소폭 줄었다.
중기연은 이에 대해 “최근 중소기업의 생산 활동은 ICT 수요확대로 반도체는 확대되었지만, 조업일수 감소와 내수부진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매판매는 설 명절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소비여력 약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창업기업 수도 크게 감소했다”며 “정책당국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소비촉진 정책을 지속 추진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기술창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문제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OECD 기준 33위로 하위권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생산성은 제조업이 2001년 41.6%에서 2021년 30.2%로 마이너스 11.4%를 기록했고, 서비스업 역시 2007년 57.4%에서 2021년 44.9%로 마이너스 12.5%를 보였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서비스업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2019년 기준 6만39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7위다. OECD 국가 평균(8만8600달러)의 72.2% 수준으로, 미국(12만500달러)은 물론 프랑스(8만9500달러), 영국(7만9200달러), 일본(7만4300달러)보다 낮다.
업종별로는 사업시설관리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더 높았다. 서비스업의 제조업 대비 노동생산성도 2015년 52.1%에서 2019년에는 49.6%로 낮아지는 등 지속 하락하는 모습이다. 서비스업종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 절반 수준인 49.7%에 그쳤다.
OECD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가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로 이어져 임금·안전망·고용 보호 등의 격차를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학벌주의를 초래하고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노동시장 진입 지체, 결혼·출산 지연 등의 여러 사회문제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및 경쟁력 강화, 산업구조 다변화 등이 대책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생산성이 유의미하게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다국적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2024 인공지능 일자리 지표(바로미터)’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이 적극 도입된 금융 등 3개 부문과 상대적으로 도입이 저조한 건설, 제조, 소매·식품·운송 등 3개 부문을 비교한 결과 AI 도입에 따른 노동 생산성 향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이 세계 15개국 1만개 이상 일자리의 인공지능 기술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금융 등 3개 부문의 2018~2022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4.3%에 달했다. 반면 건설 등 3개 부문의 증가율은 0.9%에 그쳤다. 인공지능 기술 도입 정도는 금융, 정보기술, 전문 서비스, 소매·식품·운송, 제조 순으로 높았고 건설업이 가장 낮았다. 보고서는 “인공지능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확인했다”며 “이런 추세가 맞다면 인공지능을 도입한 부문의 생산성 증가는 2023년에도 가속화됐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제조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으나 사실상 반도체 위주의 성장세인 만큼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이 어렵다”며 “특히 국제유가와 환율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