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직구 딜레마…숲을 봐야 한다
2025-05-21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기본 운영 방향이다. 각종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최근 해외직구를 놓고 국민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싼 가격에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해졌다는 주장과 무분별한 해외직구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넓은 범위로 봤을 때, 구매의 자유와 안전관리의 대립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해외직구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이 국내에 진입한 시점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여타 제조품도 중국산이 다수를 이루는 만큼,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쿠팡 등의 온라인플랫폼 사용 비중이 높지만, 계속해서 오프라인과의 가격 차이를 두고 논란이 발생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쿠팡 와우회원 비용을 확대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저가 공세를 내세운 알리와 테무 등이 국내 온라인커머스 시장에 안찬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건수는 1억3144만3000건에 달한다. 이 중 중국발 직구 규모는 8881만5000건으로 68%를 차지했다. 중국발 직구 규모는 2020년 2748만3000건에서 2021년 4395만4000건, 2022년 5215만4000건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사실상 중국에서도 넘어오는 해외직구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부는 지난 16일 인천공항 세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소비자 안전과 피해예방을 골자로 한 대책이다.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위원회 등 14개 부처가 참여했다. 하지만 해당 대책 발표 이후 반발여론이 거세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일부 국민들은 해외직구 제한이라는 의도로 내용을 받아들였다. 결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도망갈 수 없는 기로에 놓였다.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인 만큼, 사실상 제도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반대의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해외직구를 유지할 경우, 향후 안전관리 관련 비판과 부딪힐 수 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안전 앞에서는 단호해야 한다. 이미 중국산 제품 일부에서는 유해물질이 필요 이상으로 검출되는 등 국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민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번 해외직구 대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