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둘러싼 醫·政 3개월 혼란史

2월 6일 증원 발표부터 3개월 간 의정갈등 주요사항 총정리 법적 명분 얻은 증원정책, 30일 대입전형 심의 결과 공개로 마무리 2월 19일 시작된 의사 집단행동 ‘현재진행형’

2025-05-2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정 갈등의 원인이 됐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이 지난 2월 6일 정부 발표 이후 3개월만에 마무리된다. 의료공백을 야기하며 전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의대증원 분쟁 역사'를 시간 순으로 되짚어봤다.

◆2월 : 政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 19일 醫 집단행동 시작 의대증원 정책은 본래 문재인 정권부터 거론된 안건이었다.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만연한 의사 부족 현상을 의대 정원 확대로 해결하자는 목적이다. 윤석열 정부도 증원 취지에 동의하며, 지난해부터 의사 단체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의료계는 정원을 늘리면 의대 교육의 질이 하락하고, 수준낮은 의사가 배출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의-정은 올해만해도 5차례의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매번 의대증원 문제에서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마지막 만남은 의과대학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둔 2월 6일 오전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였다. 이날도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4분만에 파행됐다. 이날 오후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했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협은 이에 반발하며, 2월 15일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가 동참하는 의대 정원 확대 저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규탄 궐기대회를 진행했다. 투쟁에 적극 나선 이들은 수련병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다. 2월 19일부터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으로, 타 병원도 합류했다. 다음날인 20일 오전 6시 근무를 중단하면서 ‘의료공백’이 본격적으로 발생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3월 : 사직 전공의에 ‘면허정지’ 처분 집행… 의대교수 투쟁 합류 3월 3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하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정부는 의료법(59조)에 의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는 등 행위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를 명령했다. 3월 5일부턴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같은달 8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12명 중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총 1만1994명이었다. 이들이 3월 25일까지 처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면허를 정지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의대교수들이 제자들을 보호하겠단 명분으로 집단행동에 합류했다. 전국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행정처분 마지노선인 25일부터 각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은 외래진료, 수술, 입원 진료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4월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했다. 일부 의대교수 단체는 증원 백지화 대신, 규모를 축소하자는 중재안을 냈다가 다른 의사 단체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4월 : 尹-醫 회담 성사… 與총선 참패에 政증원규모축소 수용 사직 전공의에 대한 처벌이 현실화되기 직전,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이 4월 4일 극적으로 성사됐다. 윤 대통령이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주문한 이래, 사직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은 잠정 보류됐다. 그러나 양측이 여전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회담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의협은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증원 저지를 위한 정치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 경고했다. 실제로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부는 의료개혁 추진 명분을 일부 소실했다. 4월 19일엔 ‘의대 증원분을 자율적으로 모집하게 해달라’는 대학총장들의 건의를 정부가 수용했다. 일부 대학들이 본래 예정됐던 증원분을 축소하면서, 2000명만을 고집해왔던 정부 체면이 구겨진 모양새가 됐다. 차기 의협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의협 회장의 주도 하에, 의료계는 다시금 증원 백지화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통령과 정부는 여러차례 ‘백지화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보건의료 문제를 논의하라는 시민단체와 야당의 의견을 일부 수용,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4월 25일 출범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의협, 대전협 등 의료계 대표자가 불참해 ‘반쪽짜리 협의체’란 비판을 받았다. 의협은 특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의정 간 1대 1 대화를 요구했다. 정부는 1대 1 대화도 수용 가능하다고 설득했지만, 의대증원 문제에선 서로 물러서지 않아 현재까지도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5월 : 재판부, 의료계 증원정지 신청 기각… 증원절차 최종 단계 진입 이 가운데 일부 의사 단체는 증원을 법적으로 저지하기로 노선을 정했다. 전의교협과 의대생,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정부의 증원분 2000명 산출 과정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심(4월 3일) 및 항고심(5월 16일) 재판부는 모두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부산대 의대 교수·전공의·학생 196명이 낸 집행정지 신청도 지난 21일 각하됐다. 그동안 의료계 및 의대생들의 눈치를 보던 대학들은 이번 재판부 결정에 힘입어 증원 관련 학칙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또 대학이 증원 규모를 확정하면서 2025학년도 증원분은 1509명으로 결정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오는 24일 오후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한다. 심의 결과는 30일, 대학별 모집요강은 31일 발표된다. 의정갈등의 시발점이었던 의대증원에 대한 법적 절차는 이달 안에 끝나게 된다. 2025년도 증원 배정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정원 확대 목표를 달성한 정부가 일단 1차전에서 승리해했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의 목표는 내년도 증원 뿐 아니라 ‘2035년까지 1만명 의사 배출’이다. 의료계가 입장을 굽히지 않은 이상, 매년 증원 이슈가 나올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