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탄소 감축 압박에 K-반도체 '발등의 불'

"한국 반도체 기업, '녹색 반도체' 경쟁서 위협 직면" 전력 수요 큰 반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 불리해

2025-05-22     최은서 기자
제조업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탄소 움직임이 커지고 넷제로 전략이 새로운 무역질서로 부각하고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낮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빅테크 등을 중심으로 넷제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요 공급업체에 2030년까지 완전한 넷제로를 요구하고 나섰다. MS는 최근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2020년 대비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MS는 탄소 배출 증가의 주요 이유로 생성형 AI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건축자재, 반도체, 서버 등 하드웨어 탄소에서 비롯된 것이란 설명이다.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량 공급 기업들에 2030년까지 100% 무탄소 전기를 사용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25 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시작과 시행될 전망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연간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고객사를 포함한 모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LNG나 원전 없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만으로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ASML은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앞서 2015년 애플은 2030년까지 전체 가치 사슬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애플 2030'을 공표했다. 2015년 수준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75%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지난달 애플은 2024년 환경 경과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이래 온실가수 배출량을 55% 이상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탄소중립 산업정책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은 '녹색 반도체' 경쟁에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 반도체란 친환경 소재 및 생산 과정을 강조한 반도체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또 "반도체 경쟁국들이 자국 기업에 유리한 탄소국경세를 적용한다면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은 더욱 거세져 반도체 수출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보가 어려워 한국이 최첨단 반도체 시설투자를 유치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와 빅테크들이 속속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탄소 감축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도 RE100 달성을 선언했지만, MS 등이 제시한 기후 목표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삼성전자는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제시했다. 2030년 디바이스경험(DX)부문부터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하고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목표로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중국, 유럽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했고 베트남, 인도, 브라질도 2022년 재생에너지 전환을 완료했다. 반면 국내의 상황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전력 수요가 큰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2022년 기준 DS부문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3%에 그친다.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33%까지 높이고 2050년에 100%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2022년 해외 사업장의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국내 사업장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은 29.6%다. SK하이닉스는 "국내의 경우 좁은 국토 면적, 낮은 일사량과 저풍속 환경 등 열악한 입지 조건으로 인한 지리적 한계로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