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황우여 뛰어넘는 존재감···與 상황 고려 '역할 분담' 관측
민감 현안은 추경호가···황우여는 대외 업무 치중 黃 '제1 과제' 당 수습···논란 차단·협치 물꼬 풀이
2025-05-22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현안에 대해 당대표 격인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보다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당 상황을 고려해 보다 확실한 역할 분담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추 원내대표다. 황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 등 공개회의에서 반향이 작은 논제들만 다루는 사이, 추 원내대표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정부가 해외 직접구매 규제 방침을 발표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번복한 것을 지적했다. 당시 그는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되어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낼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추 원내대표는 야권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용 불가'를 못 박기도 했고, 지난 16일에는 민주당 헌법개정특위의 대통령 거부권 제한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주장에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 기간 황 위원장은 5·18 민주화운동 계승과 발전, 3대 개혁(교육·연금·노동)의 필요성 등 이견이 적은 사안만 언급했다. 황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한동훈 전임 비상대책위원장과는 확연히 비교된다는 평가다. 총선 목전 당에 합류한 한 위원장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은 물론, 정부나 대통령실발(發)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입장을 냈다. 필요시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황 위원장은 다툼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전 대통령 예방 등 대외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황 위원장과 추 원내대표가 당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정교한 역할 분담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황 위원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총선 참패로 내려앉은 당세(黨勢)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잘 준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권 최대 민감 사안인 '전당대회 룰'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 현행 '100% 당원 투표' 유지를 원하는 친윤(친윤석열)과 영남권, '일반 국민 여론조사 반영'을 주장하는 비윤 및 수도권 인사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다. 이에 '당 재정비 총책임자'인 황 위원장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자 민감 현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그 역할을 추 원내대표에게 맡겼을 거란 분석이다. 또 황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임기 끝까지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협치의 초석을 놔야 하는 상황이다. 황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견제성 발언을 자제하며 협치 분위기 조성에 몰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황 위원장이 민주당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발언의) 수위 조절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