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으로 더 멀어진 '협치'···총리 인준·원구성도 난항
'특검 정국' 속 여야' 강 대 강' 대치 심화 정진석 "거부권 행사, 여야 협치 문제 아냐" 우원식 "尹, 민심 불복···특검법 반드시 통과"
2025-05-22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4‧10 총선 뒤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했던 여야 협치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거대 야당 단독 입법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악순환이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무총리 인준이나 원 구성 협상에서도 여야의 극한 대치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 중 하나로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를 꼽았다. 정 실장은 "특검 제도가 입법부의 의사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소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들을 모두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여야 협치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의 주요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린 셈이다. 이번 채 상병 특검법까지 포함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10차례로 늘어났다.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는 형국이 10번이나 반복된 것이다. 문제는 이번 거부권이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를 당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단 점에서 정국에 미칠 파장의 성격이 이전 거부권 행사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이뤄졌고, 그 결과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합의 처리되면서 모처럼 조성된 여야 협치 분위기가 이번 거부권 행사로 한번에 무위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범야권이 192석을 갖는 22대 국회에서 협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거부권 행사 후 "국민 70% 내외는 특검에 찬성하고, 총선 결과가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보여주는데도 윤 대통령은 민심에 불복한다"며 "제22대 국회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로 인한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겠다. 국민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이 재의결되지 못하더라도 22대 국회가 열리는 즉시 다시 '1호 법안'으로 처리를 추진할 방침이다. 새 국회에서도 계속될 여야 대치로 국무총리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무총리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수다.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인선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공전 중인 원 구성 협상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정국 경색으로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더라도 채 상병 특검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여기에는 국민 찬성 여론이 높은 채 상병 특검법의 재추진 과정에서 여야 대치로 원 구성이 미뤄지면 그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던 박주민 의원은 전날 해병대 예비역연대 기자회견 직후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아는 한 원 구성 협상에만 집중하자는 게 국민의힘의 현재 입장인 것 같다"며 "그것(원 구성)보다도 우리가 할 일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며 여야 극강 대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