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위변제 덕에 은행 실적잔치...'상생금융' 압박 더 커진다

당국,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은행 출연금 더 늘린다 "은행들 사상 최대 실적 경신…사회적 책임 강화해야"

2024-05-22     이광표 기자
금융기관의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위원회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융사에 정책서민금융의 출연요율을 상향을 추진하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 내려갔던 상생금융 압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산업,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말 내놓은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라 최소 2조원의 당기순이익 기준 배분해 상생금융으로 집행했는데도, 서민금융 재원에 추가로 은행 자금을 끌어다 쓰려는 금융당국의 발표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공공기관들의 대위변제가 급증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책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역대급 이익을 챙기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금융사 공통출연요율을 인상하는 내용의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3년 만의 개정이다. 오는 7월 1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올 하반기 내 개정안을 시행한다. 오는 2025년까지 한시 적용한다.  개정안은 금융사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요율을 현행 가계대출금액의 0.03%에서 은행은 0.035%로, 보험, 상호금융, 여신전문, 저축은행은 0.45%로 올려 내년 말까지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은행들은 상생금융 방안으로 서금원에 2214억원을 별도 기부할 예정으로 2금융권보다 요율이 낮게 정해졌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권의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추가 출연 규모는 2025년까지 1039억원으로 추정된다. 출연금 대부분은 서민금융 보증 재원에 쓰인다. 통상 보증 배수가 6~10배를 고려하면 개정에 따라 6000억원에서 1조원 규모의 보증이 추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등출연금은 금융회사별 신용보증잔액에 대위변제 수준을 반영한 차등출연요율 0.5~1.5%를 적용해 부과하고 있다. 해당 요율은 금융사 서민금융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높아진다.  신용등급이 낮고 저소득층 대상 지원으로 대출 후 연체나 부실이 상당히 발생해 제때 대출금이 회수가 되지 않고 있다. 서금원이 90%까지 보증을 선다고 해도 사실상 약 10%는 떼이는 돈에 속한다. 은행들은 서민금융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월 가계대출 평균 잔액 등을 기준으로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이 취급한 서민금융상품 공급액은 10조6000억원으로 2022년 8조7000억원보다 늘었다. 금융위는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라 서민 등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돼 서민금융 지원에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해 인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출연요율 인상으로 연간 10조원 수준 정책서민금융 공급 수준을 유지해 서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금융 애로를 완화할 수 있으며 저소득, 저신용자 등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서민금융상품은 근로자햇살론, 햇살론뱅크, 햇살론15, 최저 신용자 특례보증, 소액생계비대출, 미소금융 등이 있다.  은행들은 정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상생금융 비용에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올 초 2조1000억원 규모로 은행이 상생금융안을 시행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서금원에 별도로 기부하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위기다. 업계는 상생금융 요구도 좋지만, 금융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이나 방안을 같이 제시해 주길 바라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면 은행들은 따라야 해 쉽지 않는데다, 상생금융을 추진하고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지는 것에 대해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또 은행이 사기업이고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인데도, 금융당국이 주주들에게 말도 없이 은행 자금을 가져가는 데 대해 은행을 국영은행으로 하거나 상장시키지나 말지 등 하소연이 나온다. 올해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의 영향으로 주요 은행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여유롭지 않다. 상생금융 비용을 추가적으로 낼 경우 2분기 실적이 악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은행들이 실적잔치를 벌이고 있는만큼 사회적 책임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작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8000억원(15.0%)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중 이자이익은 59조2천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2천억원(5.8%) 늘어 60조원에 육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은 "작년에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공적 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액은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차기 국회에서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