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값 잡기 총력에도 고공행진 “10월까지 어렵다”
조미김 전문업체들 인상 단행…동원‧대상도 인상 고심 수출량 늘어 재고 부족이 원인…물량 확보 경쟁 과열도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최근 김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가 김 값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급격히 증가한 김 수출에 따른 재고량 감소 영향에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 뚜렷한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김밥용 김 도매가격은 속당 1만89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0.1% 상승했고, 이달 월 평균 김 도매 가격은 1만220원으로 전월보다 오를 전망이다.
마른김 제품의 대부분이 전월 및 작년보다 도매가격이 상승했고, 재래김은 작년보다 두 배 정도 올랐다. 바다에서 기른 김을 건져올린 것을 물김이라고 하고, 이를 가공해서 마른김을 만든다. 김 제조업체는 마른김을 가공해 조미김을 만들어 판매한다. 마른김 가격이 오르면 조미김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산업관측센터는 김 도매가격이 올해 12월까지는 1만원에서 1만1000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년산 김 수확은 대부분 마무리됐으며, 생산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억4940만 속으로 전년 동기보다 6.3%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량의 증가로 김 재고량은 작년 및 평년 동월에 비해 각각 25.0%, 37.4% 적은 상황이다.
태국, 일본, 미국, 러시아, 대만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김 수출량은 지난달 1007만속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 늘었다. 중국으로의 수출 물량이 줄었음에도 기타 국가의 조미김 수출이 10%가량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량을 견인했다.
김 가격이 오르자 식품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CJ제일제당과 광천김, 대천김, 성경식품 등의 김 전문업체는 이달에 김 가격을 10% 넘게 올렸다. 동원F&B, 대상 등 아직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기업들도 원물 가격이 떨어지지 않자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밥용 김 가격이 오름에 따라 김밥 프랜차이즈도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마녀김밥은 300~400원, 바르다 김선생은 100~500원, 김가네김밥은 50~1000원씩 김밥 메뉴 가격을 올렸다.
김 가격의 주요 인상원인은 물김의 산지 위판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김 수출이 증가하며 국내 공급이 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고량 부족보다 업체 간 물량 확보 경쟁이 과열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정부는 김 가격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들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은 지난 13일부터 김 유통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들 부처와 기관은 매주 한 차례씩 업체를 돌면서 김 사재기 여부를 조사하고, 재고량도 파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금사과 파동 후 김 가격이 오르자 김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된 영향도 일부 있지만, 김 수출단가가 상승하고 물량이 급증하면서 국내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만큼 단기간에 김 가격이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양식업종 가운데선 최초로 김을 비축 대상 품목에 추가할지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김 가격 안정을 위해 김 생산 시기 이전인 9월까지는 한시적으로 마른김 700톤(기본관세 20%)과 조미김 125톤(기본관세 8%)에 한해 관세를 면제하는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관세는 일정 물량에 한정해 관세를 인하하는 제도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 가격 조정을 위해 7월부터 축구장 3800개 정도가 되는 2700헥타르의 양식장을 새로 개발하고, 10월부터 생산을 할 예정이다. 10월까지는 할당관세를 적용해서 수입할 것”이라며 “올해 10월에서 11월 전후로 김 값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