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뚫어라"…삼성전자, HBM 추격 총력전

HBM 급성장…대형 고객사 판로 개척 중차대한 문제 전담팀 가동 및 임원 美급파 이어 원포인트 인사 단행 업계최초 HBM3E 12단, 마하1 등 차세대 제품 승부수

2024-05-23     김명현 기자
삼성전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탈환에 총력전을 펼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 납품이 지연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HBM은 인공지능(AI) 칩 생산에서 필수적인 D램 반도체로, 시장 1위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에서 90% 수준의 점유율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3’를 공급하기 위한 조건으로 ‘품질보증’을 제시했다는 말이 업계 흘러나올 정도로 사안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도체(DS)부문장의 ‘수장 교체’ 카드도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나타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아온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했다. 업계에서는 전 부회장이 당면한 최대 과제로 HBM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수주 확대로 보고 있다. AI 열풍이 계속되는 만큼 HBM 시장 전망은 청신호를 띄웠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연평균 36%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이 전사 역량을 결집해 HBM 주도권 탈환에 만전을 기하는 이유다. 회사는 이례적인 '원포인트' 인사를 계기로 분위기 쇄신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직원 400여 명이 투입된 삼성전자 HBM 관련 조직은 '엔비디아 뚫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의 주요 임원은 이달 HBM 미주 프로모션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 공급뿐만 아니라 AMD, 인텔 등 판로 확대에 공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에도 ‘무기’는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5세대 ‘HBM3E’ 12단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회사 관계자는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 공급 물량을 3배 이상 확대하고,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 중 출시해 하반기 램프업(생산량 확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연말 양산 예정인 새로운 대규모언어모델(LLM)용 AI 칩 ‘마하-1’의 성공적 데뷔도 업계의 뜨거운 관심사다. 마하-1은 메모리 처리량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게 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한편 엔비디아는 이날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주목도를 높였다. 1분기 회사 매출은 260억달러로 전년 대비 262%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9억900만달러로 8배가량 성장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측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5세대 HBM 수율이 80%”라고 밝히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수율 차이가 30~40%대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