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美대선·중동분쟁 등 통상 불확실성…산업계, 해외 정보조직 재정비

‘예측불허’ 美 대선…바이든 ‘디리스킹’ 트럼프 ‘전략적 디커플링’ 미·중 무역전쟁 직결…이란 대통령 사망으로 중동 불확실성 고조 삼성·SK·현대차, ‘미국통’ 중용…한화는 바이든 비서실장 영입

2024-05-23     이상래 기자
국내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최대 통상 불확실성 변수다. 여기에 이란 대통령 사망으로 중동정세까지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산업계는 해외 정보조직을 재정비해 통상 리스크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미국 대선 결과는 예측불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 모두 당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세계 제조업 지도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한다. 이러한 미국 중심의 새판짜기는 미·중 무역전쟁과 직결된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 1, 2위 국가의 통상 문제 향방이 국내 산업계의 산업전략의 대전제가 되는 이유다. 산업연구원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30여년 간 깊어졌던 한·중 산업 연관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새판짜기’는 리스크인 동시에,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의약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적, 구조적 기회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집권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산업계에서는 양측의 통상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중국 견제에 대한 ‘전략적 기조’는 같지만, ‘전술적’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진영의 ‘디리스킹’은 중국 수출제조업의 저가 공산품 수입 혜택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등 첨단 분야 정밀 수출통제 및 국내 제조기반 육성으로 기술격차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 진영의 ’전략적 디커플링‘은 중국 수출제조업 자체를 꺾어버린다는 과격한 입장이다. 무역으로 돈을 벌고 있는 이상, 중국의 군사·첨단기술 자립화 진전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중동정세까지 이란 대통령 사망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트리타 파르시도 “나쁜 시점에 이란에 불안정이 닥칠 것”이라며 “그 때문에 급격한 분쟁 악화를 방지하는 게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해 봉쇄로 글로벌 물류 대란 우려까지 확대되면서 통상환경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러한 극도의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환경에 국내 산업계는 해외 정보조직을 강화해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정기임원 인사에서 외교통상부 출신 김원경 Global Public Affairs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외교통상부 한미FTA기획단 협상총괄팀장을 거쳐 삼성전자에서 북미총괄 대외협력팀장도 지낸 ‘미국통’이다. 지난 2022년에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지역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북미대외협력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SK그룹은 지난 3월 SK USA 법인을 'SK아메리카스'로 변경하고,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대미 협력 조직을 통합했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E&S가 20%씩 지분을 보유한 구조다. 대표는 유정준 부회장이 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초 ‘SK하이닉스 낸드개발 아메리카(SK HNA)’를 출범했다. 현대차차그룹은 꾸준히 통상 전문가를 영입하며 대외협력 역량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장재량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 다자통상협력과장을 글로벌정책전략실 상무로 영입했다. 장 상무는 산업부에서 국제통상 분야 수석전문관으로 근무한 통상 전문가다. 앞서 현대차는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영입했다. 우 전 기획관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인사다. 현재 현대차에서는 대외협력·글로벌 이슈 담당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윤석열 청와대 첫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출신 김일범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우 전 기획관은 GPO 전무로 내정됐다. 현대차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외신대변인을 지낸 김동조 상무도 영입한 바 있다. LG그룹은 2022년 초 미국 워싱턴DC에 대외협력 사무실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영입한 바 있다. 한화그룹은 2020년 윤영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을 그룹 전략 담당 상무로, 지난해 송용식 전 산업부 기획조정실 혁신행정담당관을 한화에너지 전무로 각각 영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북미 법인 대관 담당 총괄로 영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