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R&D 투자 77.7%↑··· 불황 속 증액 '눈길'

연구개발 부서·인력 강화 대세 신기술·신사업 확대 노력 일환

2025-05-23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최근 2년여간 업황 침체로 부침을 겪은 건설업계가 연구개발비(R&D)를 대폭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10대 건설사 중 7개 기업이 총매출 대비 투자 비중을 높였고 9곳은 실투자액을 상향했다. 

모듈러 등 탈현장 공법을 비롯해 층간 소음 저감 등 선진 건축 기술과 관련된 연구 비중이 높아졌고 플랜트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투자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구개발비 지출이 급격히 높아진 기업들은 관련 부서를 신설 또는 확대·개편하고 인력을 보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매일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자체 분석한 결과,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상위 10개 기업의 지난해 연구개발비 합산액은 854억원으로 2년전(481억원)보다 77.7%(373억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연구개발비 증가세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10대 대형건설사 중 최근 연구개발비의 상승 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이 회사 연구개발비는 구 현대산업개발에서 HDC그룹 지주사로 출범한 2018년(제1기) 이후 2022년까지 매년 20억원 안팎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72억원을 집행해 전년 대비 680.4%,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0.06%에서 0.41%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만 68억원을 연구개발에 썼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이 회사 역대 최고 R&D 투자 액수다. HDC현산은 연구개발 전담 조직인 기술팀에 더해 DX(Digital Transformation)팀을 최근 신설해 건축정보모델링(BIM)·안전고도화(Safety-I 2.0)·사업관리(PLC)·사내 성과 공유(PI) 등 업무 전 과정에 걸쳐 디지털을 접목해 생산성과 기업 문화 혁신을 추진 중이다. 또 이 회사의 최근 연구개발 내역을 살펴보면, 바닥완충재·벽간소음·방수재·단열재 등 각종 연구개발 실적과 성능 검토를 통한 원천기술 보유·특허등록 및 다수의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이와 관련해 HDC현산 관계자는 "DXT 신설 등 연구개발 투자와 업무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 설계 과정에서 안전 및 품질 강화를 위한 성능 검토 위주의 연구개발 실적이 주를 이뤘고, 친환경·신기술 연구개발도 함께 수행하고 있어 향후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늘었다. 이 회사가 작년과 재작년에 집행한 연구개발비는 각각 460억원, 469억원으로 2년 전인 2021년(54억원) 대비 연평균 750% 가량 급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에 기존 기술연구소를 스마트기술센터로 확대 개편한 데 이어 올해 미래기술사업부로 추가 개편했다. 이 부서에는 기존 스마트기술센터조직인 스마트기술실과 G2E기술실 등이 있다. 이외에도 건축사업본부와 플랜트사업본부에서 연구개발 담당 조직이 운영 중이다. 올해 1분기에도 평년 대비 급증한 투자를 이어간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년여간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공사 품질관리를 비롯해 플랜트 시공 자동화 기술 실사, AI기반 플랜트 설계(열교환기) 수행 Tool 개발, 하도급 계약 공정심사관리 모델 구축 등의 내부 연구 실적을 달성했다. 현재 AI기반 설계정보 디지털 변환·추출 기술 개발(국책)과 도장 로봇 개발 고도화, 드론 기반 외벽 관리 플랫폼 고도화, 중량충격음 저감 공법 등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R&D 투자액이 늘어난 데는 기술 개발 관련 조직의 확대 개편과 인력 충원은 물론 국책 및 내부 연구개발 예산이 증가한 측면이 있고, 인건비 등 적용 기준 변경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GS건설은 지난해 719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2022년과 2021년 대비 110% 가량 급증한 액수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0.54%로 높아졌다. GS건설 내 연구개발 주력 조직인 'RIF Tech'(Research Institute of Future Technology) 내에는 현재 건축기술·환경솔루션 등 총 7개 분야별 연구센터와 14개의 연구팀이 운영 중이다. 이 외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에도 총 28명의 연구 인력이 스마트홈·공기청정시스템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최근 주요 개발 실적으로는 지난해 욕실 청정시스템 개발·모듈러 교량 구조모듈 개발 등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했고, 올해 AI 실시간 콘크리트 품질 이상 감지 기술 및 콘크리트 압축강도 평가기법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세 기업 외에도 삼성물산(46.6%), 롯데건설(45.7%), DL이앤씨(31.6%), 현대건설(31.4%), 대우건설(22.2%), 포스코이앤씨(3.1%)도 최근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2년 만에 R&D 투자액이 14.9% 줄었다. 이 회사의 R&D 지출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500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대폭 줄기 시작했고 최근 2년 동안에는 연간 200억원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