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거세진 정년연장 요구…기업들은 '난감'

노동계, 임단협 주요 카드 '정년 연장' 사측 압박 산업계 "정년 연장, 청년 근로자 채용 축소 이어져"

2024-05-26     박지성 기자
삼성전자

매일일보 = 박지성 기자  |  국내 산업계에 '정년 연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난감을 표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핵심 카드로 '정년 연장'을 꺼내 들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노조들이 잇달아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까지 연장하는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정년 연장 등을 놓고 집중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최근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만 61세에서 만 62세로 연장했다. 한국노총 또한 공적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맞춰 65세 정년 연장을 주장하며 정치권과의 연대도 검토하고 있다. 노동계는 청년 근로자 감소와 숙련 근로자 부족 등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올해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 뿐 아니라 현행 60세 정년을 연장하는 법제화까지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무리하게 정년 연장을 하게 된다면, 청년 근로자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기업들은 중고령 인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이상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 중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중고령 인력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이어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16.5%) △건강 및 안전관리 부담(15.3%) 등 순이었다. 산업계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제 중심의 임금 체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을 연장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임금 체계 등을 고려하면 섣부른 정년 연장은 비용 부담과 청년 근로자 채용 규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산업계의 우려에도 노동계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아직 대기업 내 고령인력 인사제도나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의 고용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고용연장을 위한 직무성과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