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직장인보단 의사’…산업계, 인재 모집 고심
의대 정원 1509명 증원…직장인들까지 의대 준비 늘어 산업계, 고급 인력 이탈 우려…산업기술인력 부족 심화 中企, 연구인력 확보 치열…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빨간불
2024-05-26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산업계에선 고급 인력 확보에 고심이 깊어졌다. 저출산으로 매해 배출되는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의대 쏠림 현상이 겹쳐 산업계로 유입될 인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4일 의대 정원을 기존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하면서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들까지 의대 문을 두드리면서 학원가는 늦은 밤까지도 불이 꺼지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의대 특성상 자연계열 학생 또는 직장인들의 진입이 늘고 있다. 한 의대 입시 관계자에 따르면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 또는 직장인 대부분이 자연계열이다”면서 “낮에 운영하는 종합반은 물론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도 인기가 상당하다”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의대 쏠림이 예상되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고급 인력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재직 중인 직장인들까지 의대 진학을 준비하면서 인재들의 이탈이 현실화될 것이라 우려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고급인재 유치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산업기술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말 기준 우리나라 산업기술인력 부족인원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3만7667명을 기록해 전문인력의 양적 미스매치가 다소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기술인력은 고졸 이상 학력자로서 사업체에서 연구개발, 기술직 또는 생산 및 정보통신 업무 관련 관리자, 기업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인원을 의미한다. 저출산과 대기업 선호 현상으로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의 분위기는 더욱 어둡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530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구인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이 보유한 연구개발인력은 기업당 평균 5.2명이지만 부족인원은 2.1명으로 28.8%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오염도 측정 중소기업에 재직 중 A씨는 “신입직원을 물론 경력직을 채용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서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연구에서는 젊은 기술인재 확보가 어려워지면 국가 혁신역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변화 속도가 빠른 업종에서 젊고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커다란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둔화하고 있는 총요소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다시 반등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견하는데 충분한 연구자의 수를 확보하고 질적으로 연구자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