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醫·政갈등 장기화에 산업계 ‘휘청’

국내 제약사, 의정갈등 이슈로 영업 어려움·비용 발생으로 실적 감소 대교협, 내년도 의대증원 확정… 의대교수, 추가 진료 축소 검토

2024-05-26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료 파동 3개월을 넘기면서 산업계도 경제적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위제약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주춤했다. 관련 기업들의 1분기 매출은 상승했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하락했다. 국내 제약사 중 1분기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의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4% 감소했다. 녹십자는 1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폭이 10.5% 확대됐다. 종근당의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268억원으로, 매출도 1.9% 축소됐다. 상위 제약사들은 의정갈등 이슈로 인한 영업 어려움, 비용 발생 등으로 인해 1분기 일시적인 이익 감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이상 감소한 상황으로, 이번 의정갈등으로 연초부터 타격을 입은 형국이다. 지난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병원 내 수술 건수가 줄면서, 수술에 사용되는 의약품 및 소모품의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이 같은 매출 하락은 중소 제약사 대부분이 국내 병원 영업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중소 제약업계는 의대증원이 이공계 인재를 소실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항암제 개발사 S사 관계자는 “현재도 상위 이공계 인재 대부분이 의사가 되려는 마당에, 의대증원은 의대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자문을 주던 의대 교수들이 병원에 투입되거나 사직하는 바람에, 개발 과정이 더 더뎌진 상황이다. 기업 단위의 경영난 뿐 아니라, 병원 주변에서 낙수 효과를 보던 소상공인 업계도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 일단 의사들이 진행하던 포럼이 중단되며 행사 대행업체와 케이터링 업체의 업무가 크게 줄었다. 또 병원 주변 식당가에서도 의사 및 환자 손님이 급감해 한산해졌다는 토로가 나온다. 한편 지난 2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 의대증원을 확정하면서 의료공백은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대교협의 결정에 따라, 증원분은 올해 고3 학생들에게 적용되며 2025학년도 의대(의전원 포함) 모집인원은 기존 3058명보다 1509명 증가한 4567명이 된다. 증원이 확정된 이상, 의료계가 돌이킬 방법은 없지만 의사 단체들은 여전히 정부에 대한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증원 확정 직후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온 의료계를 외면하고 끝내 망국적 의대 증원을 강행한 정부의 폭정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전공의를 대신해 환자를 돌보는 의대교수들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며, 주1회 금요일에 휴진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성대의대를 필두고, 다른 대학 교수 단체도 추가적인 진료 축소를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병원의 경영난이 더욱 커지게 되므로, 병원 납품으로 연명하는 제약사들은 각 병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