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또 뛸라' 각국 경계심 여전… ECB만 금리인하 눈앞

美, 인플레 우려에 금리인하 기대 약화… 한국도 물가상승 압력

2025-05-26     최재원 기자
미국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세계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에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가운데 유럽만 금리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 속도가 올해 들어 처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금리인하 기대가 퍼졌으나 당국에서 다른 메시지가 나오며 분위기는 다시 신중해졌다.

26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때문에 힘든 미국인이 아직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금리를 내리기 전에 인내를 가지고 물가 안정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앞서 미국은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이 지난주 공개한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도 물가가 쉽사리 안 잡히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의사록은 “최근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적으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데 동의했다”며 “다양한(Various) 참석 위원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 긴축을 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요주의 이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으니 당연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목표(2.0%) 수준에 수렴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이야기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지만 하반기는 0.1%P 높였다. 영국에서도 물가 안정 기조가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며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했다. 4월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전월의 3.2%보다 크게 낮았지만 전망치(2.1%)를 웃돌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6월 정책금리 0.25%P 인하에 나설 확률이 물가지수 발표 전날 51.8%에서 당일 13.9%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에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0%)에 다가선 것보다 근원 물가(3.9%)와 소비자물가 중 서비스 물가(5.9%) 둔화 속도가 느린 데 주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국 중 가장 먼저 다음달 6일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 정책위원인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에 관해 자신감이 생겼으므로 이변이 없는 한 6월에 첫 금리인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4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월과 같았다. 다만 높은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걱정이 다 사라지진 않았다. ECB의 올해 금리인하 폭 전망치가 이번 주 초 0.67%P였는데 23일 임금 지표 발표 후엔 0.58%P로 축소됐다. 유로존의 1분기 협상 임금 인상률은 4.69%로 작년 4분기 4.45%를 웃돌았다. 유로존 임금인상률은 지난해 1분기 이후 4%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유로존 임금 지표가 앞으로 금리 경로를 정하는 데 주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