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장, 방산그룹 오너 면담 보류…사실상 취소

김동관·구본상·정기선 등 간담회 잡았다 취소 방사청 "경영진 수출증대 전념토록 협의해 결정"

2024-05-26     서영준 기자
현대로템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이 방위사업 기업을 계열사로 둔 그룹 오너들과 개별 면담에 나서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석 청장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등과 잡아뒀던 면담 일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면담 보류 이유에 대해 "주요 방산기업 경영진이 세계 각국에서 방산 수출을 위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는 시기에 경영진들이 수출 증대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업들과 협의해 (보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와 루마니아 방산협력 현장에서 방사청과 기업 간 소통의 기회를 가졌다"면서 "또한 매월 ‘다파고 2.0’과 같은 민관 소통 채널을 통해 방산기업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꾸준히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면담 보류라고 하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별도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선 이번 면담 일정이 사실상 취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상황에 따라 오너들과 면담 일정이 추진되는 곳이 있었던 반면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은 곳도 있어 방사청의 일괄적인 개별 면담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사청은 면담 추진 배경으로 "최근 방산 수출을 위한 방산기업 그룹 차원의 활동이 증대됨에 따라 수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미래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 방향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세계 4대 방산강국’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석 청장이 계열사 대표들이 아닌 그룹 오너들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K-방산’ 성장을 위한 민관협력과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중재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차관급인 방사청장이 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그룹 오너와 면담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장은 취임 후 업체 CEO들과 면담하는 전례가 있었고, 업계 간담회 등 다양한 계기로 CEO들과 소통하는 게 통상적이다. 이에 일각에선 방사청장이 방산기업 '줄세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석 청장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루마니아를 방문할 당시 방사청과 국방부, 각 군, 국방과학연구소(ADD), 그리고 국내 방산기업과 함께 사우디 국방부의 핵심 무기체계 획득 협력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지상, 해상, 우주항공 분야 주요 국산 무기체계의 사우디군 활용방안과 이를 위한 지원방향을 도출했다. 추가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방사청은 또 매달 방산기업과 군, 연구소,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방사청장 주관 방산기업 현장 소통간담회인 '다파고 2.0'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