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中·日과 각각 회담···"서로 존중·공동 이익 추구 희망" 강조
26일 한중·한일 연쇄 회담···"한중, 좋은 파트너" 우호 다져 한일, 공동문서 논의···징용자 배상·라인 등 해결은 '글쎄' '맹탕 회담'에 대한 비판 제기···"외교 복원·국익은 별개"
2025-05-26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26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한중·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한중 회담에서 "한중 양국이 양자 관계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 회담에서는 ""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오후 3시 리 총리와, 오후 4시 30분 기시다 총리와 각각 회담을 진행한 이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한중일 3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환영 만찬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중은 이날 서로를 '좋은 파트너'로 지칭하며 우호 관계를 다졌다. 지난해 3월 총리 취임 이후 처음 방한한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양국이 앞으로도 계속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동이익을 추구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전쟁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 등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은 "지난 30여 년간 한중 양국이 여러 난관을 함께 극복하며 서로의 발전과 성장에 기여 해왔듯이 오늘날의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도 양국 간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한 양국 수교 30여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양국 관계는 신속한 발전을 이룩했고, 특히 경제, 무역 분야에서 풍부한 성과를 거두어 양국 인민에게 커다란 혜택을 가져다 주었다"며 "중한 양국은 항상 상호 존중과 개방과 포용을 견지해 실질적 협력과 이익에 융합을 강화해 공동의 발전과 번영을 촉진해 왔다. 이 모든 소중한 경험들에 대해서 우리는 함께 소중하게 여기고 또한 오래도록 견지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리 총리는 "중국 측은 한국측과 함께 노력해 서로에게 믿음직한 좋은 이웃, 또한 서로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트너로 되고 싶다"며 "이번 회의에서 적극적인 성과를 거둬 3국 간에 협력과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응당한 기여를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중 회담을 통해 그동안 '북한-중국-러시아' 3국 간 밀착으로 다소 경색됐던 한중 관계의 복원 여부가 주목된다. 또 이번에는 관례상 다자 정상회담에 리 총리가 대표자로 참석했지만, 회담 이후 실질적 중국의 1인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을 마지막으로 10년 가까이 방한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해 5월 서울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 앞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일 회담에 대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래를 위한 일한 협력과 연계 방식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해 지혜를 내고자 한다"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2025년에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내용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우리 두 사람의 견고한 신뢰를 기반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각계 각급에서 교류가 크게 증진됐다. 작년 3월 도쿄, 그리고 작년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우리 두 사람이 합의한 대로 정부 간 합의체가 모두 복원됐다. 올해도 재무, 산업, 첨단기술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한일관계 개선의 성과가 착실히 쌓이고 있는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내년에는 한일관계를 한층 도약시키는 역사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합심해서 준비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대화, 통화 등 계속 긴밀히 윤 대통령과 소통하고 있는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정상 간 신뢰의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셔틀외교를 지속해 나가자"며 "내년에는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다. 양국 관계를 더욱 도약시키기 위해 준비를 추진할 수 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역사의 전환점에 있는 가운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 강화하며 글로벌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일한 양국 공조를 한층 더 긴밀화할 수 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일 관계 현안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실질적 해결 방안이 부재한 '맹탕 회담'에 대해 일각의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및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비롯해 최근 불거진 '라인 야후 사태' 등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또 '한미일 동맹 강화'를 추구하는 윤 대통령과 '비자금 스캔들'로 일본 내 지지율에 곤란을 겪으며 구체적인 외교 성과 압박을 받고 있는 기시다 총리의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한 소위 '빚지는 외교'를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통상 3국을 지칭할 때 사용하던 '한중일'이라는 표기를 '한일중'으로 변경할 만큼 대일 외교와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정부 산하 기관 및 국책연구소들도 정부 기조에 맞춰 '북중러'를 '중러북'으로, '북일'을 '일북', '북러'를 '러북' 등으로 변경해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일본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서라도 주체적인 권리 주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매일일보>에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에 종속적인 나라가 아닌 독자적으로 존중할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일본도 한국을 대등한 국가로 상대할 것"이라며 "대일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계 회복과 실제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별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