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올해도 두 발 뻗고 잠자기 글렀다
2025-05-27 안광석 기자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부실시공은 올해도 어김 없이 반복됐다.
신축아파트 공사현장 붕괴나 철근 누락 아파트 주차장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데 올해는 외벽이 휘어진 아파트와 ‘계단 깎기’가 스타덤(?)에 올랐다. 이제는 이런 사례들이 1군 건설사 브랜드 현장에 빈번하다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 당장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래도 시민들은 매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포탄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셈인데 다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 것인지. 부실시공이 연례행사인 대한민국이다 보니 이제 이론적 원인과 해결안은 삼척동자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은 안 된다. 원인이 무엇이든 해결과정의 끝에는 항상 자금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선분양제. 70년대 개발시대 때 민간건설사로 하여금 주택을 무조건 많이 공급할 목적으로 도입된 정책이다. 소비자들은 완제품도 보지 않고 견본만으로 상품가치를 판단해 계약을 체결하고, 건설사들은 그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수월하게 건설비를 충당하게 된다. 어쩌면 평생 살 수도 있는 내 보금자리의 품질을 전적으로 건설사 양심에 맡기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물론 후분양제로 전환하면 품질이야 어느 정도 보장되겠지만 쉽지 않다. 주택을 짓는 것은 하루아침에 프라모델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불행히도 국내에는 당장 2~3년을 대출 외 들어오는 돈 없이 시공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춘 건설사들이 드물다. 최저가낙찰제도 선분양제와 함께 부실시공 단초를 제공하는 쌍두마차다. 최저가낙찰제는 정부는 예산을 줄이고, 건설사들은 투자자들의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 하의 건설사들은 공사비는 최대한 아끼고, 짧은 공기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싸구려 자재를 쓰게 되고 하청의 하청이 이뤄진다. 인력도 베테랑보다는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게 된다. 싸구려 자재 사용과 원청 책임 시공이 최대한 배제된 불법 재하도급의 말로는 결국 부실시공이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등이 유명한 예다. 모 건설사 임원은 “하도급을 하지 않으면 그 많은 공사비와 인건비를 원청 하나가 얼마나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한다. 건설사들이나 하도급사들도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법인데 건자재와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도 항변한다. 차선이지만 현재로서는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감시와 처벌기능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없어 보인다. 현 실정에 맞는 건설산업기본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및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시황이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고 건설사나 관련 기관 등 특정집단의 편의를 위하자고 국민 거주권을 침해할 수 없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변혁을 주도해야 할 정부와 국회는 지금 이 순간도 주판알 튕기기에 한창이다. 그동안 이권 카르텔 척결이라는 곁가지 패러다임에 갇혀 헛물을 켜온 데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전형적인 표퓰리즘 행보를 보여왔다. 정상대로라면 검단사고 이후 지난해 안으로 발표했어야 할(그것도 늦었지만) 부실시공 방지 종합대책 얘기는 어느새 쏙 들어간 상황이다. 이번 정권도 내 집에서 만큼은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기 틀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