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자율배상협의 ‘산 넘어 산’

KB국민 등 시중은행, 손실확정계좌 대상 협의 시작 당국 조정안 30~65%… 피해자 단체 "100% 배상"

2025-05-27     최재원 기자
금융사기예방연대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주요 시중은행과 투자자 간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분쟁조정이나 소송 등을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피해자 단체는 투자금 100% 배상을 주장하며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올해 1월 만기 도래한 ELS 손실 확정 계좌(중도해지 포함)를 대상으로 자율배상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관련 위원회를 통해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계좌별 배상 비율을 확정한 뒤, 해당 고객에게 본사가 자율배상 조정 절차와 방법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후 영업점 직원이 개별 고객에게 유선전화로도 재차 안내한다. 협의 대상은 약 6300여건이다. KB국민은행은 홍콩H지수 ELS 최다 판매사로, 금감원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의 은행권 전체 판매잔액 총 15조4000억원어치 중 절반가량은 KB국민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 주말 배상위원회를 진행했으며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다수의 고객과 협의·조정에 들어간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 21일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한 뒤 모두 667건이 접수됐으며, 이번주 수백 건의 자율배상 성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아직 첫 배상금 지급 사례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배상 비율에 이의를 제기한 69건을 제외한 598건의 경우, 이르면 이번주 중 배상금 지급과 함께 조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3일까지 820건에 대한 배상 협의를 완료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배상 협의 속도가 빠른 것으로 이번주 합의 사례가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객들은 대부분 합의에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비율이 낮은 고객 가운데 조정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 만큼 협의가 빠르게 진척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주요 은행들은 3월 말 일제히 이사회에서 ELS 자율배상 결정하고도 신한은행과 판매 규모가 미미한 우리은행을 빼고는 대부분 지금까지 배상 협의 완료 실적이 수십건에 불과했다. 당시 은행들은 배상위원회 구성 등 실제 준비가 부족했던 데다 ELS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13일 홍콩 H지수 ELS의 불완전판매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대표사례 5건에 대한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등 위반에 따른 기본배상비율 30~40%에 예적금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등 가산 요인과 ELS 투자경험, 매입·수익규모 등 차감 요인을 적용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정했다고 전했다. 사례별 배상비율은 농협은행의 배상비율이 65%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의 배상비율은 30%로 가장 낮았다. KB국민은행이 60%, 신한은행이 55%, SC제일은행이 55%로 나타났다. 반면 피해자 단체는 이 배상비율을 수용할 수 없다며 100% 완전 보상까지 주장하고 있어 은행과 투자자 간 시각차가 큰 상황이다. 홍콩 ELS 피해자들은 임의단체인 금융사기예방연대를 설립하고 은행권에 투자금 100% 배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홍콩 ELS 계약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단체는 22대 국회를 통해 금융 당국과 은행권을 압박하고 완전 배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