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중 갈등 속 재계 "한중일 경협 급선무"
3국 경제계, 경제 상호 이익 위해 관계 개선 필요성 인식 최태원 회장 "중국 시장 포기하면 대체 시장 찾기 어려워" 반도체‧車 등 이웃나라 협업 필요성↑…리스크 해소 진력
2025-05-27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가 한목소리로 한중일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중 갈등 심화 속 통상 리스크를 줄이고 실익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 8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인과 각국 정부관계자 등 280여명이 참석했다. 3국 경제계는 '경제활성화'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동 대응에 인식을 같이하며 '실무협의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서밋을 앞두고 한국경제인협회가 3국의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경제적 상호 이익 도모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3국 간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한국과 중국 기업은 세계 경제 저성장에 따른 수요감소를 수출 리스크 1순위로 봤다. 일본 기업은 공급망 불안정 때문에 수출이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미·중 갈등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의 전략에 대해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시장을 다 잃고 갑자기 대체 시장을 찾아내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도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과 관련해 "중국 사업은 효율적으로 유지할 것이고 당분간 사업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선 "SK그룹은 중국 경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도 중국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로, 국내 반도체 업계와 밀접할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다롄에 낸드플래시, 충칭에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선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로 인해 다롄 낸드 공장 내 장비 반입 문제가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고 본다. 해당 공장은 지난 2021년 약 11조원을 들여 인텔로부터 인수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일본과의 협력도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3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 포럼 패널 토론자로 참가해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저성장 함정에 빠졌고 수출 중심 경제 모델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으며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양국이 관세를 철폐한다면 거대 시장이 생겨나면서 총생산이 늘어나고 소비자 후생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선 일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시사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26일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리창 중국 총리와 만나 협력 의지를 다졌다. 리창 총리는 이날 이 회장을 만나 "삼성의 대(對)중국 협력은 양국 호혜·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라며 "양국 기업이 첨단 제조·디지털 경제·인공지능(AI)·녹색 발전·생물 의약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경제·무역 협력의 질을 높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리창 총리에게 "코로나19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안 공장은 삼성 낸드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공장이다. 내년까지 6세대(128단)에서 8세대(236단) 낸드로 공정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중국 외자기업 사회공헌(CSR) 평가 순위에 2013년부터 지금까지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도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현지 수요 급감 속 공장 매각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는 시장 포기가 아닌 전략 수정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 중 전동화 속도가 가장 빨라 최대 전기차 격전지로 통한다. 현지서 고성능, 전동화 모델을 중심으로 이미지를 쇄신함과 동시에 남은 공장은 수출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시장에서도 완성도 높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앞세워 판매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