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계, 글로벌 불확실성 대비 '인적 쇄신' 강화
재계 수시인사 확산...대내외 경영환경 대비 대표 교체 깜짝 카드…사업 위기감 반영 해석
매일일보 = 최은서 기자 | 주요기업들이 '성과'와 '쇄신'을 앞세우며 수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연말연초 이뤄지는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 정기인사와는 달리 필요한 인재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등용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재계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자 DS부문 전반에 긴장감을 줘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지난해 15조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HBM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놓치는 등 반도체 사업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전 부회장은 사업부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문제점 파악과 향후 전략 구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의료기기사업부를 이끌던 김용관 부사장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반도체 담당으로 위촉했다. 김 부사장은 2014년부터 2년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 1팀에서 반도체 투자 등을 담당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반도체 투자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SK에코플랜트는 박경일 사장이 자진 사임하며 '재무통'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이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자진사퇴이긴 하나, SK그룹이 연중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 3월 정용진 신세계 회장도 승진 이후 임원진 수시 인사를 예고한데 이어 지난달 재무구조 악화 등을 이유로 정두영 신세계 대표를 경질했다. 대신 재무통으로 알려진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이 새 수장에 올랐다. 신세계가 계열사 CEOO에 대해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은 이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 교체 카드가 뒤이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인사철이 아닐때 대표나 주요 임원을 교체하는 수시인사나 원포인트 인사가 단행되는 것은 실적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 경우가 많다"며 "이밖에도 사업 변경이나 새로운 사업의 추진, 사업 확대 시 새 CEO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