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과자∙우유 먹는 아이 없다...어른 시장 찾아라
먹태깡 이후 안주용 스낵 쏟아져, 주류와 콜라보도 우유∙분유 매출 꾸준히 줄어, 발효유∙디저트가 대안
2024-05-27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저출산 시대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중대한 과제로 지목된 가운데, 과자와 아이스크림, 우유 등을 먹는 아이들이 줄면서 식품업계 지형도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과업계와 유업계는 저출생으로 저연령층이 감소하자 주요 소비층을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옮기고 ‘안주용 스낵’과 ‘단백질 음료’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과자∙젤리∙분유∙우유 등의 주요 소비층인 아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스테디셀러 스낵류에 맵고 짠 시즈닝을 더해 출시한 제품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제과업계는 성인 스낵시장을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홈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문화가 확대되면서 안주용 과자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지난해는 농심이 불붙인 명태과자 열풍이 한차례 불었다. 지난해 농심이 출시한 먹태깡은 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은 1500만봉을 기록했다. 먹태깡이 인기를 끌자 롯데웰푸드의 오잉 노가리칩(청양마요맛)등 비슷한 제품들도 경쟁적으로 쏟아졌다. 오잉 노가리칩은 지난해 8월 말 출시 이후 12월까지 700만봉 이상 팔리며, 롯데웰푸드 전체 스낵 매출을 10%이상 끌어올렸다. 해태제과는 올해 오비맥주와 손을 잡고 더 빠새 간장청양마요맛과 신당동 할머니 비법 가득 담은 장독대 셰프의 불떡볶이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안주용 과자 시장 공략에 나섰다. 빠새는 오비라거의 디자인이 들어가 맥주 캔을 연상케하고 신당동 떡볶이는 필굿 캔과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우유 업계는 전체 소매점의 우유 매출이 몇 년간 감소해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0년 2조4652억원이던 연간 우유 소매점 총매출은 지난해 2조1532억원까지 줄었다. 분유 시장도 급격히 축소됐다. 분유 소매점 매출은 2020년에는 869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5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발효유나 치즈 매출은 전년보다 소폭씩 증가해 소비 패턴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업계는 식물성 대체유와 단백질음료, 발효유와 디저트 유제품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매일유업은 귀리 음료인 어메이징 오트와 아몬드 음료인 아몬드 브리즈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단순한 대체음료가 아니라 기본 제품에 콜드블루 원액을 더하거나 생초콜렛 등을 넣은 베리에이션 음료로 품목을 확장 중이다. 또 단백질 음료 셀렉스는 현재 일동후디스 하이뮨과 업계 1~2위를 다투는 만큼 꾸준히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남양유업은 최근 단백질음료 테이크핏을 론칭하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테이크핏 당케어, 테이크핏 케어당 제로 등 건기식 라인업을 강화했다. 또 식물성 음료 아몬드데이, 오테이스타, 플로라랩도 꾸준히 육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남양유업의 단백질∙건기식 제품 매출은 2975억원으로 분유류 매출(1893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우유는 발효유와 우유생크림빵, 크림하프롤 등의 디저트류, 초코크림라테, 솔티드크림라떼 등 가공우유에 공을 들이는 한편, 반려동물 전용 우유인 아이펫밀크를 비롯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다.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품군을 다양화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넘기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기존 브랜드도 다양한 시도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MZ 세대들 사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을 발빠르게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지만, 제품군이 다양할수록 생산 비용이 늘기 때문에 수익성 제고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