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암 중 5%는 HPV가 원인”… 남녀 동시 예방 필요
HPV, 미국 男 구인두암이 女 자궁경부암 발생률 앞서
국내 남성, HPV 예방 인식 변화 절실
2024-05-27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여성 암의 원인으로 알려졌던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사실은 ‘남녀 가리지 않는 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MSD와 의료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백신을 통한 남녀 동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7일 한국 MSD는 HPV 백신 가다실9의 국내 출시 9년을 맞아 ‘남녀 가리지 않는 암 원인 중 하나 HPV, ‘9가 백신 남녀접종’이 세계적 트렌드‘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국제인유두종협회(IPVS)는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는 HPV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HPV 관련 암 발생을 추산하면 전세계적으로 1분마다 1명이 HPV 관련 암을 진단받는 셈이다.
HPV는 여성암으로 잘 알려진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구인두암, 항문암, 질암 등을 남녀 구분 없이 유발한다. HPV는 성관계를 통해 성별에 상관없이 파트너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남녀 동시 접종하는 것이 HPV로 인한 암과 질환 예방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HPV 질병 예방 사각지대 놓인 한국 남성에 대한 인식이 증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세션에 나선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남성의 HPV 관련 암 및 질병은 증가추세지만, HPV로 인한 남성의 질병 부담과 삶의 질 저하는 과소평가돼 왔다”고 현안을 짚었다.
실제 국내 남성 HPV 예방률은 한 자리수로 적극적인 HPV 예방사업을 펼쳐온 호주, 영국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호주는 남성 HPV 백신 접종률이 78%(2020년 기준), 영국은 만 9세에 1회 접종을 시작한 비율이 남녀 평균 60-70%(2022-2023년 기준)에 이른다.
이 교수는 남성 HPV 질병 부담이 과소평가돼 온 이유로 △대표적인 남성 HPV 암인 구인두암에 대한 정기적인 검진 부재 및 진단의 어려움 △남성 암의 원인이라는 인식 부재 △남성에게 호발하는 HPV로 인한 생식기 사마귀 재발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남성 HPV 질환으로 인한 삶의 질과 질병부담이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구인두암의 일종인 편도암 발생률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3배 증가했다. 또 미국에서 남성의 HPV 관련 구인두암 발생률은 이미 여성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섰다.
최근에는 HPV 감염이 정자 수 및 정자 운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HPV 감염 남성의 정자 수 및 운동성에 이상을 보인 반응(75%)은 HPV 미감염 남성(43.8%)보다 30% 이상 높게 나타났다.
선진국에선 예방접종 확대를 통해 발생률을 줄이는 작업에 나섰다. 올해 4월 기준, 전세계 172개국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HPV 예방 접종을 실시한다. 특히 OECD 가입 38개국 중 33개국이 남성 대상 NIP를 도입하고 이 중 28개국은 HPV 9가 백신으로 예방하고 있다.
전세계 주요 보건 기구에서도 정책적으로 남녀 모두 접종을 목표로 한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암기구에서는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남녀 청소년 모두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2030년까지 90%의 남녀청소년의 HPV 백신 접근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OECD국가를 포함한 전세계 86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며 “적극적인 HPV 예방이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국가 보건 증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나라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으며, 대한이비인후과학회를 비롯한 국내 학계는 남녀 동시 접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양경선 MSD 의학부 이사는 가다실9이 10년간 축적해 온 실제임상근거(RWE)와 최신의 HPV 9가 백신이 갖는 임상적 이점에 대해 소개했다. 가다실9은 일명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으로 잘 알려졌다. 만9-45세 여성과 만9-26세 남성에서 접종이 가능하며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및 생식기 사마귀 등의 적응증으로 허가받았다. HPV에 감염됐을 경우, 여성의 항체 생성률은 70% 수준이나 남성은 20~30%다. 단 백신을 맞았을 경우 남녀 모두 100%로 상승한다.
미국소아과학회지에 지난해 10월 소개된 연구에서는 가다실9을 1년 내 3차까지 접종 완료한 9-15세 남아 301명과 여아 971명을 대상으로 접종 후 10년간을 장기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3차 접종 후 10년 차에도 지속적인 HPV 항체 반응이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가다실9 관련 심각한 이상반응이나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연구 참여자가 중도 탈락한 가장 흔한 이유는 참여 의사를 취소했거나 추적 관찰의 실패 때문이었다.
양 이사는 “가다실과 가다실9은 ‘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의학적 지평을 열며 공중보건 향상에 기여해오고 있다”며 “특히 가다실9 접종 후 10년 장기간추적연구를 통해 가다실9의 면역원성, 유효성, 안전성을 평가해왔다”고 전했다.